드라이브스루에 도착한 A씨, 지갑을 찾느라 분주한 다른 운전자와 달리 정차 없이 커피를 받아 갑니다. 차량 번호를 등록해 출발 전 자동 결제 서비스를 신청한 덕이죠.
B씨는 홈파티 전 스타벅스 커피를 배달 주문합니다. 등록된 스타벅스 카드로 결제해 별 적립 혜택도 챙기고요.
기념일을 앞둔 C씨는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치즈 케이크를 찾느라 매장을 뒤질 필요가 없습니다. 이틀 전 홀 케이크 예약을 끝내 픽업만이 남았거든요.
잠깐, 나도 매일 스타벅스에 출근 도장을 찍는데 이런 혜택은 받은 적이 없다고요? 그렇다면 정정하겠습니다. 여기 세 명의 스타벅스 모바일 앱 사용자가 있다고요. 발 디딜 틈 없이 복작이던 수백 평 위 진열대가 손톱만 한 아이콘에 들어오고, 24시간 매장을 밝히고 거리를 비추던 조명이 스마트폰 화면으로 옮겨왔습니다. 혹자는 코로나19의 역설 또는 혁신이라 칭하지만,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은 사회 전반에 필연적인 흐름이었습니다. 단지 가속화됐을 뿐이죠.
스타벅스는 일찍이 변화에 대비했습니다. 2014년 업계 최초로 사이렌 오더를 선보였고, 2019년에는 비회원도 모바일 주문을 할 수 있도록 모바일 편의성을 강화했습니다. 스타벅스 측에 따르면 앱을 통한 온라인 오더 도입 후 매상이 20%가량 증가했다고 합니다. 성장세도 매년 높아지고 있는데요. 앱 사용자에게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스타벅스가 자체 처리하고 분석함으로써 고객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상류의 움직임 앞에서 그야말로 대기하던 일부 기업의 발에는 불똥이 떨어졌습니다. 앱 경제라는 것이 10여 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시장이니, 어쨌거나 근간은 오프라인이라 여겼던 거죠. 웹 페이지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한 UI(User Interface), 제품 카탈로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UX(User Experience). 실패한 디지털라이제이션은 사용자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결국 소비자의 이탈로 이어질지도 모르고요.
고민은 분명하고 해결 방안은 확실합니다. ‘팔기 위한’ 커머스니 어떻게 해야 ‘잘 팔 건지’에 대해 생각해야죠. 더에스엠씨그룹이 커머스의 지향점을 논하기에 앞서 현황을 짚어봤습니다. 커머스 플랫폼을 규모와 성격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누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무엇인지 살펴보려 해요.
브랜드 앱 사용자는 해당 브랜드의 로열 오디언스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백 개의 경쟁사 대신 해당 브랜드의 앱을 설치했다는 건 (1) 정기적 구매 (2) 브랜드 우호라는 조건을 충족했다는 의미니까요. 어찌 보면 좀 더 수고스러운 방식을 택한 셈이니, 그에 맞는 특별 대우가 필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스타벅스가 그랬듯 앱전용(Exclusive)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나이키는 2019년 세계 최대 쇼핑몰인 아마존에 납품을 중단한 뒤 자체 앱 ‘SNKRS’를 D2C 채널로 구축했습니다. 나이키 제품을 사고 싶다면 나이키 채널에서 사도록 길을 낸 거죠. 해당 앱은 제품 판매 및 정보 제공뿐 아니라 한정판 출시를 예고하는 등 독점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고요.
단일 브랜드로선 이례적으로 앱 다운로드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ZARA. 앱에서 한 번도 안 산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산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ZARA를 사용하다 보면, 디지털 플랫폼 중심 기업으로 근본적인 변신을 꾀했다는 게 보입니다. 온라인 전용 상품을 판매하는 데다 오프라인 정기 세일 하루 전 온라인 세일을 오픈하죠. 특히 앱의 편의성은 웹을 월등히 뛰어넘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상품 배열 및 크기 정도를 스와이프로 조절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바코드를 인식해 구매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거든요.
단일 브랜드가 앱을 D2C 채널로 양성하는 현상은 제조사에서 유통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이는 특정 카테고리의 유통 채널인 버티컬(Vertical) 커머스의 성격과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버티컬 커머스는 소셜 미디어의 성장에 힘입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탄생했습니다. 패션 카테고리의 ‘무신사’, ‘지그재그’, ‘스타일쉐어’나 인테리어 카테고리의 ‘오늘의집’이 대표적인 예죠. 반대로 오프라인과의 연계성을 강화해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사례도 있습니다. 유명 베이커리나 레스토랑의 제품을 독점 소싱해 프리미엄화를 선도한 ‘마켓컬리’나, 인근 매장 재고 확인 서비스와 전자 영수증 발행으로 공격적인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진행한 ‘올리브영’처럼요.
이들은 제품을 직접 사고파는 몰(mall)이라기보다는, 판매처를 한곳에 모아놓고 고객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큐레이션 하는 플랫폼입니다. 구매 기록, 활동, 취향 등 수집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죠. 일례로 오늘의집은 사용자가 입력한 주거 형태와 인테리어 취향에 따라 추천 제품을 노출합니다. 10평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Z세대 여성과 40평대 아파트에서 자녀와 함께 사는 밀레니얼 세대 남성의 홈 화면을 다르게 배치한다는 거죠.
커뮤니티로서의 기능도 돋보입니다. 이들은 사용자가 소통할 만한 판을 만들어 특정한 목적 없이도 앱 방문을 유도합니다.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시공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낸 ‘온라인 집들이’를, 무신사는 패션 트렌드를 공유하는 갤러리를 운영합니다. 이렇게 커뮤니티가 지어지면, 사용자는 딱히 살 게 없는데도 습관처럼 앱을 들락날락하게 됩니다. 자연히 인당 체류 시간과 페이지 뷰가 늘어나겠죠. 관건은 콘텐츠 시청자를 어떻게 고객으로 전환하느냐입니다. 콘텐츠 하단에 구매 페이지를 연동하고, 이미지 내 상품 정보를 태깅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구매 유도 장치를 플랫폼 곳곳에 깔아두는 거죠.
뷰티 카테고리의 ‘올리브영’이나 식품 카테고리의 ‘마켓컬리’의 경우 커뮤니티 성격이 낮은 대신, UGC(User Generated Contents) 창출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활용합니다. 올리브영은 제품 리뷰 작성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리워드를 제공하는데요. 이를 포장 상태, 유통기한, 맛 등으로 도식화해 랜딩 페이지에 활용합니다. 마켓컬리는 ‘후기가 좋은 상품’란을 따로 구성해 도움 될 만한 리뷰를 최전방에 노출하는데요. 실구매자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홍보 문구 이상의 구매 유발 효과를 노리는 겁니다.
퍼블릭(Public) 커머스는 규모의 경제입니다. 소비재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SKU(Stock Keeping Units)와 높은 탐색력으로 승부합니다. 사용자 대부분이 명확한 목적을 갖고 방문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최적화된 구조죠. 최저가 검색, 제휴 혜택, 프로모션, 자체 페이 연동 등 사용자가 가장 빠른 시간 내 합리적인 구매를 하도록 돕습니다.
이들의 강점은 플랫폼 내 구매 루틴을 형성했다는 데 있습니다. 공급자 입장에서 본다면, 고객 락인(Lock-in)이 확실하다는 건데요. 그중 하나가 구독 서비스의 도입입니다. 쿠팡은 2019년부터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켓와우 멤버십’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도입 이래 가입자 증가폭은 꾸준히 늘어나고, 이들의 구매 빈도는 일반 고객의 4배 이상에 달합니다. ‘네이버플러스 연간 멤버십’은 네이버 쇼핑 검색, 네이버쇼핑 윈도 등 자사 플랫폼을 통한 모든 쇼핑 영역의 결제에서 혜택을 제공하는데요. 지난해 9월 네이버 멤버십 가입자의 거래액은 전체 쇼핑의 약 15%를 차지했습니다.
두 플랫폼 모두 적극적으로 멤버십의 영역과 혜택을 넓히는 중입니다. 멤버십 가입자 증가는 곧 양질의 데이터 축적을 뜻하고, 버티컬 커머스의 최대 강점인 맞춤형 큐레이션을 가능하게 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하나의 순환 곡선이 그려집니다.
퍼블릭이 버티컬의 특성을 취한다면, 버티컬은 PB를 제작하며 제조사인 브랜드의 영역으로 들어옵니다. 반면 브랜드는 버티컬과 퍼블릭처럼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되 다른 유통 경로를 개척하기 위해 힘쓰고 있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행보는 이렇게 귀결됩니다. 사용자의 본능적인 공략점(Needs)에 비집고 들어가기(Push)보다, 그들의 욕구(Wants)를 먼저 읽어 유입(Pull)을 유도한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하고 소셜 미디어가 성행하기 이전의 마케팅은 훨씬 단순했습니다. 소비자의 니즈(Needs)에서 우리 브랜드를 상기하도록(Top of Mind) 대규모의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거대한 자본의 광고를 집행하면 됐으니까요. 커피는 OO, 빨래엔 △△, 출출할 땐 □□. 명료하고 간단했습니다.
배고프면 우리 햄버거를 먹고, 피곤하면 우리 커피를 마시고, 놀고 싶으면 우리 놀이공원을 방문하라는 일방향적 메시지가 먹히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먹거나 마시고 즐길 카테고리가 너무도 다양해졌거든요. 소비자가 이벤트 중인 프랜차이즈와 인스타그램 광고에서 본 DNVB(Digital Native Vertical Brand) 중 어느 선택지에 매력을 느낄지도 장담할 수 있고요.
그래서 커머스는 원츠(Wants)에 주목합니다. 소비자의 USP와 UBS를 파악해 세분된 욕구를 파악, 그들의 선택지에 우리 브랜드를 올리는 거죠. 나이키가 아마존에서 나와 자체 앱을 출시하고 마켓컬리가 PB컬리스를 내놓고, 쿠팡이 쿠팡이츠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의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를 목표로 합니다. 모두가 노리는 니즈 대신 우리만이 충족할 수 있는 원츠를 피력하는 거죠. 이 비즈니스 모델을 호소력 있는 콘텐츠로 보여주는 게 마케팅이고요. 디지털라이제이션 속 원츠 마케팅, 더에스엠씨그룹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와 이야기 나눌 기회를 기다립니다.
1. 비대면 시대 커머스, 모바일 앱 활성화와 디지털라이제이션이 필수가 되다.
2. Exclusive(브랜드), 버티컬, 퍼블릭 커머스 플랫폼의 목표는? 서로의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가 되는 것!
3. 사용자의 본능적인 공략점(Needs)에 비집고 들어가기(PUSH)보다, 그들의 욕구(WANTS)를 먼저 읽어 유입(PULL)하는 마케팅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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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