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조직이 잘 작동할 수 있을까 하는 주제는 조직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모든 사람의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요소들은 회사의 규정이나 규칙, 일의 프로세스, 커뮤니케이션 방식, 리더십, 문화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조직 구성원들의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행동이나 사회적 상호작용 등 회사에서의 대부분을 가이드하고 묶어주며, 유도하여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하고 근본적인 것을 ‘규범’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규범이란 ‘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할 본보기나 법식, 제도’를 말하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고 따르는 정형적이고 통상적인 기준 또는 행동 방식’ 등을 의미합니다. 조직에서의 규범은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행동하고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기본 방식(Ground Rules)이 됩니다. 조직 내에서 규범은 때로 공식화되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방식으로, 때로는 암묵적으로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유된 하나의 사회적 행동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한 조직의 업무적, 사회적 규범을 파악하고 체득하는 과정이 온보딩이고 조직 사회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또한 조직 규범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일체화하기 어려운 경우, 조직에서의 적응이 힘들고 일과 팀에 몰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됩니다.
꽤 오래전에 회사에서 건전한 회식 문화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2~3차까지 폭주하는 회 식문화가 상당히 남아 있었고, 그로 인한 조직과 사회적 폐해가 이슈가 되었습니다) 회식에 대한 가이드를 만들고 홍보도 하고 개선 지원 방안도 마련하는 등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행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 근처의 식당가에 실태 조사를 한번 가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직접 돌아보면서 아직도 폭주하는 직원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근처 사업장 근무 인원이 2천 명이 넘었고, 주변에 다른 회사들도 꽤 있었는데 그냥 봐서 우리 회사 직원인지를 어떻게 구별하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그러자 조직 문화 담당자가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우리끼리 있어서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밖에 가서 보면 우리 회사 직원들은 바로 티가 납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끼리 있으면 바로 구분이 가능합니다.”라고 하였고 실제 그러했습니다.
단체 근무복을 입은 것도 아니고, 엄격한 복장 규정이나 상징물을 달고 다니지도 않는데 서너 명 이상 모여있는 모습은 구분이 가능했습니다. 알게 모르게 옷차림이나 행동이 규범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조직 규범은 매우 광범위하며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규범화된 구성원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차리는 부분이 생기고, 서로를 보며 안정감을 느끼며 동질감과 결속력을 느낍니다. 또한, 규범은 조직의 기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근무 시간과 강도, 소통에 있어서의 대응 간격, 일 처리의 속도, 의사소통에 대한 체계, 의사 결정 기준과 방식, 책임의 결과 등 조직 성과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규정을 정하고 지키는 문제 외에 구체적으로 조직 규범은 다음과 같은 것에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회의의 아젠다를 정하는 범위, 회의에서 행동해야 할 기준, 상대방의 말에 얼마나 경청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정도, 무엇을 공개해야 하고 무엇을 감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 자신감을 얼마나 내보여야 하는지, 자신의 아이디어나 감정을 얼마나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 무언가 의심이 들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기념일에 어떻게 축하해야 하는지, 상대방의 잘못을 어떻게 지적해야 하는지, 일을 어느 정도로 해야 칭찬을 받거나 비난을 면할 수 있는지, 무엇이 문제가 되고 팀에 해가 되는지, 무엇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지, 시간은 얼마나 정확하게 지켜야 하는지, 절차를 얼마나 중요시해야 하는지 등등 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회사의 조직 규범이 잘 형성된다는 것은 우리 회사에 잘 맞는 옷을 개개인이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입는 것과 같습니다. 일련의 행동 기준을 받아들이고 따름으로써 서로 존중하고 신뢰를 쌓게 됩니다. 긍정적인 업무 환경이 조성되고 공동의 목표와 책임을 공유합니다. 서로에게 기대되는 기준에 따라 노력을 기울이며 불필요한 갈등과 조직 정치가 줄어듭니다. 의사 결정이 빨라지고 업무의 재량과 위임이 작동합니다. 규범 자체가 조직의 기본이자 경쟁력이 됩니다.
조직마다 조직 규범에 대한 니즈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업 환경, 구성원의 다양성, 지역, 조직의 성장 단계, 업력 등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조직에서는 규범의 공식화가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업무의 재량과 자율성이 저하되더라도 엄격한 책임과 권한에 의해 자원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런 조직에서는 자율적이고 암묵적인 조직 규범보다는 명확하고 공식적인 규범을 체계화하고 규정하여 누구나 알기 쉽고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좋은 방향일 수 있습니다. 반면, 빠르게 성장하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 하는 조직에서는 규범의 공식화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확고하고 명확한 공식화보다는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논의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서의 규범이 중요할 수 있으며, CEO의 언행 하나하나가 그 조직의 규범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회사와 조직에는 이미 규범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회사가 원하는 긍정적 방향으로 잘 작동되고 있을 수도 있고, 잘못된 관행으로 자리 잡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어떤 공식적 또는 암묵적 규범이 형성되어 있는지, 그것이 조직과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조직의 특성과 니즈의 선상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실행하는 단계에서는 유연화와 공식화의 관점에서 접근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리 조직에 맞는 좋은 규범이 잘 작동한다는 것은 성과뿐만 아니라 효율과 문화 차원에서도 매우 강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좋은 조직 규범은 그 자체만으로도 직원들에게 좋은 경험이 됩니다.
IMHR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