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서베이는 지난 4월 아티클을 통해 코로나 1년 후 한국인 식생활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본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상차림 간소화, 간편식과 포장/배달 이용 증가 등 코로나 초창기 관찰된 변화는 대부분 지속하였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는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꾸준히 일어나고 있었으며 코로나 이후 그 속도가 빨라졌을 뿐이라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새롭게 나타난 식생활 트렌드도 있습니다. 먼저, 밖에서 주로 먹던 김밥·아메리카노 취식이 줄었습니다. 한편, 외식으로 많이 먹었더라도 조리가 간단해 내식화가 쉬운 파스타 취식은 오히려 늘었고, 주로 내식으로 먹었지만 조리가 번거로운 나물무침 취식은 늘지 않았습니다. 외식이 줄고 내식이 늘어나는 가운데 외식 혹은 내식 시 주로 먹던 모든 메뉴의 취식이 동시에 줄거나 늘지 않은 점이 흥미롭습니다.
19년 3월 ~ 21년 2월까지의 오픈서베이 푸드다이어리 데이터를 살펴보면 메뉴별로 세분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를 살펴보겠습니다. 왼편은 코로나 이후 취식이 감소한 메뉴이며, 오른편은 반대로 취식이 증가한 메뉴입니다. 각각 밥·커피·분식으로 같은 카테고리인데, 메뉴별 증감 추이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흰쌀밥은 주로 식당에서 먹지만 집에서는 건강을 위해 잡곡밥을 해 먹는 경우가 더 많으며, 아메리카노는 카페에서 사 먹는 음료이지만 커피믹스는 주로 집에서 타 먹습니다. 분식 중 주로 밖에서 간단히 먹는 김밥은 줄었는데, 밖에서도 자주 먹지만 집에서 해 먹기도 쉬운 라면은 내식 상황이 늘며 오히려 더 많이 먹습니다. 이렇듯 단순히 내식 상황이 늘어서 취식이 증가한 메뉴도 있지만, 늘어난 내식 상황에 더욱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하게 되면서 취식이 늘어난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취식이 줄거나 늘어난 메뉴를 비교하면서 코로나 장기화 이후 나타난 식생활 트렌드 5가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코로나 이후 새롭게 나타난 첫 번째 변화는 조리 방법이 매우 간단한 메뉴를 중심으로 취식이 증가했다는 겁니다. 아래 코로나 전후 2년간 각 메뉴의 취식률 비교 그래프를 살펴보겠습니다.
왼편은 한국인의 대표 반찬인 나물무침이며 오른편은 오징어채볶음입니다. 상대적으로 조리법이 간단한 오징어채볶음의 취식률이 코로나 이후 좀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걸 알 수 있습니다. 미혼 나홀로족·기혼 무자녀 커플 등 전에는 내식을 상대적으로 덜 하던 세그먼트에서 내식을 많이 하게 되면서 조리법이 비교적 간단한 메뉴를 선택한 겁니다. 코로나 이후 증가한 내식 상황이 예전 수준으로 줄지 않는다면, 초간단 내식 메뉴를 선호하는 트렌드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상황 장기화로 김치도 더 많이 먹게 됐습니다. 그런데 김치 종류별 추이가 좀 다릅니다. 배추김치 취식은 그다지 늘지 않았지만, 열무김치·오이소박이·깍두기 등 배추김치 이외 김치는 전반적으로 취식이 늘었습니다. 집에서 식사를 더 많이 하게 되면서 계속 먹을 수 있는 반찬으로 김치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상대적으로 잘 먹지 않던 다양한 김치 위주로 선택한 겁니다. 코로나로 인해 김장철에 김치를 덜 하게 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김치 취식 패턴이 달라지면서 김치가 재료가 되는 메뉴 취식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김치를 재료로 하는 대표적인 메뉴인 김치찌개 취식은 줄어든 반면, 김치볶음밥은 더 많이 먹게 됐습니다. 이는 김치찌개를 해 먹을 만큼 김장김치 양이 많지 않은 영향도 있겠지만, 국물이 있는 국·탕·찌개류 취식이 줄고 반찬 없이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한 그릇 음식 취식이 늘어난 트렌드 영향으로도 보입니다.
코로나 이후 외식 감소와 내식 증가는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변화에 가깝습니다. 그럼 소비자들은 갑작스럽게 외식을 못 하게 되면서 외식으로 많이 먹던 메뉴를 완전히 잊었을까요?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면 메뉴별로 택한 방법이 달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왼편은 쌀국수·파스타의 외식 증감 그래프, 오른편은 쌀국수·파스타의 내식 증감 그래프인데요. 쌀국수와 파스타 모두 외식으로 먹는 빈도가 코로나 이후 크게 줄어든 반면, 내식으로 먹는 빈도는 파스타만 크게 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그 메뉴를 얼마나 내식으로도 준비하기 쉬운지와 외식과 유사한 맛을 낼 수 있는지에 따라 달랐습니다. 파스타는 건면과 올리브오일 등 간단한 재료로 해 먹을 수도 있으며, 시판 소스를 이용해도 일정 수준의 맛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쌀국수는 고기를 푹 끓여 국물 맛을 우려내야 하기 때문에 간편식이나 소스를 이용해 비슷하게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입니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 파스타는 내식화될 수 있었던 반면, 쌀국수는 그렇지 못한 겁니다.
위 사례를 통해 외식으로 주로 먹던 다른 메뉴 중에서 내식화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외식으로 많이 먹던 메뉴 중 샐러드와 파스타는 코로나 이후 내식으로 직접 해 먹게 되었다면, 돈가스·떡볶이·치킨은 간편식과 포장/배달로, 햄버거와 피자는 포장/배달로 많이 먹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미 간편식이나 포장/배달로 많이 먹게 된 메뉴 이외에도 소스류나 손질된 식재료 혹은 간편식 개발을 통해 자주 먹는 외식 메뉴를 내식으로 들여올 기회를 충분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식생활 변화의 또 다른 요인은 조리도구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겠습니다. 왼편은 찐고구마, 오른편은 군고구마의 취식 증감을 나타냅니다. 코로나 이후 감자·고구마 등을 간식이나 식사 대용으로 먹는 경우가 늘었는데, 그중에서도 찐고구마는 취식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같은 고구마 안에서도 조리법에 따라 변화 양상이 다른 겁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에어프라이어 보편화에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20년 2월 ~ 21년 2월 사이 국내 에어프라이어 보유율은 63%에서 72%까지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집에서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 군고구마를 해 먹는 빈도가 늘어난 겁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냉동 돈가스, 냉동 치킨, 냉동 만두, 훈제 삼겹살 등을 조리해 먹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보유율이 빠르게 높아진 또 다른 조리도구는 와플메이커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와플메이커로 해 먹는 메뉴 종류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와플메이커로 와플·크로플 이외에도 누룽지·김치전·떡구이 등 다양한 구이 요리를 해 먹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은 와플메이커로 와플 빼고 다 구워 먹는다”는 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에어프라이어가 ‘튀김’ 요리를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면, 와플메이커는 ‘구이’ 요리를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은 음료 트렌드입니다. 코로나 이후 커피류 음용은 줄고 탄산류 음용은 늘었습니다. 그 이유는 푸드페어링에 있습니다. 보통 커피는 뜨겁게 차게 모두 마시는데, 탄산음료는 차게만 마십니다. 뜨거운 음료보다는 차가운 음료가 음식을 먹을 때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죠. 이 차이가 두 음료의 음용 증감을 좌우했습니다. 외식이 줄면서 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경우도 줄어든 반면, 탄산음료는 식사할 때나 간식 혹은 야식을 먹을 때 음식과 곁들여 마시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음용이 늘어난 겁니다.
데이터를 좀 더 살펴보면, 탄산음료는 주로 전통 한식 메뉴보다는 햄버거·피자·치킨·분식 등 간식형 메뉴를 먹을 때 곁들이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전 아티클에서 간식형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스내킹 트렌드를 소개했었는데, 스내킹 트렌드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푸드페어링 관점에서 음료 시장에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겠습니다. 특정 메뉴와 어울린다는 인식이 이미 있는 음료의 페어링 기회를 더 늘리는 방법도 있고, 새로운 페어링 인식을 만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알콜음료 트렌드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한국인이 전통적으로 즐겨 먹던 소주와 맥주 음용은 줄어든 반면, 와인과 막걸리 음용은 늘어난 겁니다. 이는 2가지 트렌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코로나로 인한 외식 감소의 영향입니다. 소주와 맥주는 외식 상황에서 먹는 대표적인 주종입니다. 그런데 소주와 맥주는 코로나 이후 외식이 줄어드는데 이를 홈술로 대체하지 못했습니다. 이중 맥주는 원래도 집에서도 많이 마시긴 하지만 외식에서 줄어든 만큼 홈술로 대체되지 못했죠. 반면, 와인과 막걸리는 집에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주종이라 홈술 상황이 늘어나는 것을 기회로 성장한 겁니다.
두 번째로 푸드페어링 관점에서의 차이도 있습니다. 소주는 마실 때 술에 어울리는 안주를 선택해서 먹는 편이라면, 와인과 막걸리는 음식 맛을 돋우는 알콜 음료의 성격이 강합니다. ‘술’ 자체를 마시기보다 음식과 함께 맛있게 즐기려는 니즈가 커지면서 와인과 막걸리 음용도 증가하게 됐습니다. 맥주도 여기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맥주는 소주와 섞어 먹는 역할을 벗어나 수제 맥주 등 다양한 맛을 가진 음료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맛과 푸드페어링으로 소구해서 새로운 시장을 넓혀나갈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픈서베이는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을 위해 코로나 이후 1년간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한 <포스트 코로나 리포트 2021>을 출시했습니다. 리포트는 소비 변화를 다루는 Buy 리포트와 식생활 변화를 다루는 Eat 리포트로 구성됩니다. 이에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의 소비 생활과 식생활 변화를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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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오픈서베이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