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리스크 관리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리스크 관리라고 하면 중요한 건 알지만 낯선 느낌이 든다. 뉴스를 통해 흔히 접하는 리스크들은 기업의 경영자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오너 리스크나 이중장부를 작성하여 부정을 저지르는 재무 리스크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혹은 인맥과 지위를 이용한 채용 비리나 면접에서 적절하지 못한 질문을 하는 사건들도 있다. 다만 이런 사례들은 간혹가다 발생하는 것들이고, 내 주변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들이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가 무엇인지 그리고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것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리스크의 정의는 무엇일까? 우선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리스크의 정의는 ‘위험’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단어는 부정적인 상황을 표현할 때만 사용하고 있어 risk보다는 danger에 더 가깝게 이해되고 있다. 반면 외국에서 의미하는 risk는 위험과 기회를 합친 표현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미로는 ‘위기‘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단어가 유래된 의미를 따라 리스크를 ‘위험‘보다는 ‘위기‘로 보는 것이 옳다. 이러한 이유로 리스크 관리 또한 위험과 기회를 발견해서 정의 내리고 이를 관리한다는 의미로 이해해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다만 스타트업에서 리스크 관리를 수행하기 전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바로 ‘무엇’을 리스크로 볼 것인가이다. 내가 보기엔 리스크이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아닌 경우도 있다. 우리 팀은 이 일을 지켜야 한다고 보는데 다른 팀은 왜 이런 걸 해야 하냐며 불편한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또한 이미 발생한 것들만 리스크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발생할 것 같은 리스크도 리스크로 보아야 할지 그 시작점이 애매하다. 이처럼 리스크는 관점에 따라 그 크기도, 중요성도, 발생 가능성도 제각기 다르게 판단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리스크관리를수행하기위한기준은어떻게잡아야할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고객과의 접점’이다. 고객이 회사와 접하는 컨택 포인트를 파악하고 프로세스를 분석해야 한다.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선을 파악하고, 그 동선에 맞닿은 서비스가 잘 세팅되어 있는지, 일관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고객이 어떤 흐름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지인들 중 우리 회사 서비스를 이용해 보지 않은 지인에게 한 번 이용해 보고 후기를 들려달라고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컨택 포인트에 따른 프로세스 분석이 완료되었다면 어떤 팀이 해당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고객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때 필요한 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기존에 제공되던 서비스가 내부적인 이유(담당자의 팀 이동 혹은 퇴사 등)로 누락되고 있지는 않는지 점검을 해야 한다. 또한 관리가 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누가 관리를 하고 있고 어떤 방법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현재 운영이 어떤 환경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첫째, 고객에게 노출되는 가이드의 내용을 정비해야 한다. 먼저 환경 검토를 통해 파악한 내용을 토대로 내부 프로세스와 가이드 간에 차이점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간혹 내부 프로세스가 변경되었더라도 가이드가 업데이트되지 않는다든지 아니면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고객들이 이전 버전의 가이드를 참고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어 업무처리 방식을 오해할 수 있다. 한편으론 가이드에 약속된 것들을 잘 지키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제공되는 가이드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예상 가능하게 하는데, 해당 서비스가 제공이 되지 않으면 기업에 대한 실망감을 가질 수도 있다.
실망한 고객들의 눈에는 스타트업의 부족한 부분이 연달아 보이면서 결국 서비스를 떠나가게 만든다. 따라서 고객과 업무의 접점이 어디인지 가이드와 서비스가 잘 매치가 되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팀이 업무 수행에 적절한 여건을 갖추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내부 프로세스와 서비스의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서비스 일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둘째, 가이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동선 설계가 필요하다. 고객이 이동하는 서비스 동선에 맞게 가이드가 놓여 있어야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며 참고할 수 있다. 힌트 메시지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러나 의외로 기업들은 고객에게 전달되는 콘텐츠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가이드의 목적이 고객이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작성되는 만큼 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콘텐츠를 잘 만들더라도 고객이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를 다하지 못한다.
가이드가 적절히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고객이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으면 결국 이용을 포기한다. 따라서 필요할 때마다 손 닿을 거리에 가이드가 놓여야 한다. 이런 가이드들은 때때로 고객들을 넛지 시킬 수도 있다. 고객에게 우리가 의도한 서비스의 방향성과 어떤 점이 기본 값으로 설정되었는지를 알려주고 서비스를 체험 혹은 이용해 볼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에 고객과 회사 양쪽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처럼 고객의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서비스에 필요한 점과 보완이 필요한 점들을 찾아낸다면 리스크를 발견하고 정의 내리기가 수월하다. 또한 회사의 방향성에 따라서 리스크 수용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된다. 서비스 동선에서 부족한 점을 찾아내어 메꾸고 보완해 나간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수습이 아닌 ‘빈틈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객 중심의 리스크 관리 기준의 가장 큰 장점은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리스크 상황을 살펴보면 각 팀의 업무마다 중요도와 이해도, 필요도가 각기 다르다. 영업팀보다는 재무팀이 리스크에 더 민감할 것이고, 마케팅팀보다는 전략팀이 민감도가 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 따라서 직원들은 당연히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서비스를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다. 그렇기에 고객이 더 좋아하고 더 안전하고 더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고객과의 접점‘을 기준으로 운영 리스크를 파악하고 관리한다면 대부분의 직원들이 취지에 공감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다만 이런 방법이 항상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목표나 목적에 따라 일부 팀의 리스크가 조금 더 높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고, 이해관계에 따라 조직보다 팀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서는 너무나 다양한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운영 리스크보다 기업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다른 리스크에 우선순위가 매겨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른 기준을 수립하고 해결을 위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잘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에서도 서비스를 바라볼 때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멀리서 보면 잘 보이는 것들이 기업에 깊게 관여되어 있어서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에서는 워낙 다양하고 새로운 일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는 날에는 갑작스러운 사고들이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혹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꾸려나가는 일들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어쩌면 두렵게 느껴져 위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개선과 혁신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고 차별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때 고객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보수해 나간다면 고객들에게 더욱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열심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