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회의가 너무 많고, 시간이 길어진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지난 조직문화 TF 1기 ‘건피(건강한 피드백)’ 이후로 TF 2기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TF Team=Task Force Team) TF 모임의 이름은 회의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회의어트‘로 지었다. 약 7주 간의 기간 동안 회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기획해서, 조직에 안착시키는 것까지 진행했다. 그 내용과 실제 사용되고 있는 가이드를 풀어본다.
우리 알고케어 팀에서는 인원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회의가 많아졌고,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겪었다. 부끄럽지만 우리가 시행착오를 겪었던 회의 문화 문제점을 모두 나열해보자면 이렇다.
사전 준비 미흡
회의 참여자가 준비해야 할 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회의에 들어오는 사람이 아무 준비 없이 들어올 때가 있다.
목적이 불분명한 회의
회의가 끝나는 시점에 무엇이 결정되어야 하는지가 모호하다.
회의를 했는데 결론이 나지 않는다.
논의의 목적이 모호해서 결론이 나지 않는다.
필요성을 잘 모르겠는 관성적인 회의가 있다.
회의 주제를 벗어나 다른 주제가 논의된다.
어떤 유형의 회의인지 모호할 때가 있다.
비효율적인 회의 방식
공유 미팅 시 공유 수준과 내용,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
공유 수준에 통일성이 없다.
리드미팅 내용을 전파하기 위한 별도 미팅이 진행되어 비효율적이다.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일을 위한 일’이 생긴다.
비슷한 주제로 중복되는 회의가 있다.
지켜지지 않는 회의 시간
주제와 관련되지 않은 발언이나 긴 화법 때문에 회의 시간이 길어진다.
회의 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회의 시간을 사전에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
회의 시간이 너무 느슨하게(길게) 잡혀있는 경우도 있다.
회의 후
회의 액션 아이템 관리가 잘 되지 않고, 특히 납기 관리가 안된다.
회의 후 내용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마인드셋
회의는 다른 사람의 시간을 쓰는 것이라는 마인드셋이 부족하다.
회의에 가서 그냥 듣고 있는 경우가 많다.
회의할 때 개인 업무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타
회의가 너무너무 많다.
회의록 양식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회의 시간대가 애매해서 업무 몰입에 방해된다.
회의 자체도 굉장히 많았고, 회의가 진행되는 방식도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에 낭비되는 시간이 많았다. 당시 우리 팀 인원은 30명 정도로, 신규 입사로 인해 인원이 두 배가 되며 각 파트를 운영하는 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었다. 서로 다른 파트끼리 업무 내용을 조율할 때도 기존 방식과 다르게 해야 하다 보니 새로운 회의가 많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위와 같이 업무 시간에서 회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는데 다른 회사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은 의사결정이 빠르게 논의되고 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어느 정도 회의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많았다.
※ 참고자료
잡코리아 ‘직장 내 회의 관련 설문조사’ (2018, 남녀 직장인 728명 대상) - 직장인 하루 평균 회의 참석 1.4회. 각 회의는 평균 30분~1시간 소요
대한상공회의소 ‘국내 기업의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 해법 보고서’ (2017) - 국내 직장인 1주일 평균 3.7회 회의 참석, 그중 1.8회는 불필요한 회의
SW개발 업체 아틀라시안에서 분석한 미국 직장인 업무 관련 자료 (2015, 마이크로소프트, BBC, 버라이즌 등의 자료 참고) - 미국 직장인들이 업무 시간을 낭비하는 요인 중 하나가 ‘요점 없는 회의’. - 1명이 참석하는 회의는 월평균 62건, 비생산적 회의로 소요되는 시간은 월평균 31시간. - 미국에서 지급하는 급여 중 370억 달러 (약 40조 원)가 불필요한 회의에 쓰였음.
물론 이전에 회의 방법론이 없던 건 아니다. 브런치에서도 회의에 대해서는 여러 번 다룬 적이 있지만 경력직이 늘어나면서 서로 다른 업무 방식이 섞여 쉽게 조율되지 않았다. 개개인의 성향과 역량에 따라 회의의 질과 편차도 너무 달라졌다. 그래서 TF라는 전사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러한 문화를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
회의어트 TF의 목적은 회의 자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초점 맞췄다. 여러 의제가 있었지만 회의 방식을 효율화하면 회의의 절대적인 수 자체도 줄어들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회의 진행 방식을 모든 구성원이 쉽게 따라올 수 있게 가이드하는 게 핵심이었다.
회의어트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솔루션은 총 다섯 가지였다.
1. 회의 트레이닝 세션
2. 회의 가이드 페이지 정리
3. 회의 양식정리
4. 회의 요정 제도 (서포터)
5. 기타 회의 방법론 (Ex. 타임키퍼, 전자기기 파킹 문화 등)
회의 트레이닝 세션은 회의어트에서 정리한 효율적인 회의 방식을 모든 구성원에게 설명하고, 실제로 실습해보는 세션이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누구나 가이드 페이지를 보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회의록 양식이나 회의를 사전에 공지하는 양식 등의 템플릿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실무에 적용하는 건 어려울 수 있으니 2주의 기간 동안 회의어트 멤버들이 회의 요정이 되어 진행을 보조해주었다.
이외에도 여러 솔루션이 적용되었는데 지금부터 그 결론만 정리하여 공유드려보고자 한다.
회사에서 하는 일에는 투입에 따른 산출이 있어야 한다. 시간과 자원을 투입했으면 그에 따른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말이고 회의 또한 예외는 아니다. 프로젝트를 발의하고 기획하여 진행하듯이, 회의 또한 성과를 내기 위해 누군가가 책임지고 발의하고, 기획하고, 진행해야 한다.
회의에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게 모든 논의의 대전제다. 그래서 회의 기획도 프로젝트 기획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다만 훨씬 빠르고 간소하게 진행되는 프로젝트일 뿐이다.
때문에 우리는 용어부터 정리했다.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을 다양한 표현으로 부를 수 있다. 회의 진행자, 주최자, 주관자, 담당자 등등… 그러나 우리는 업무마다 명확한 R&R이 중요하듯이 회의에도 성과를 책임지는 단 한 명의 명확한 ‘책임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회의 책임자‘라고 지칭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단순히 자리를 채워 참석만 하는 수동적 입장이 아니라 성과를 내기 위해 함께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라는 의미에서 ‘회의 참여자‘라고 정했다.
▶다음 글에서 계속
유디V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