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자주 이용했던 커머스 플랫폼들이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습니다. 무신사가 스타일쉐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한데 이어, 한때 무신사와 자웅을 겨루던 힙합퍼도 사라진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모두 이른바 버티컬 커머스라 불린 플랫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 버티컬 영역 내 경쟁에서 도태되어, 리더십과 성장성을 잃어버린 곳들이기도 하고요.
사실 스타일쉐어나 힙합퍼는 적지 않은 거래액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고, 수익성도 아주 나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쟁자 추격을 위한 추가 투자를 받을 길은 막히고, 성장보단 수익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면서, 성장과 손익 중 그 어느 것도 잡지 못했던 이들이 직격타를 맞게 된 건데요. 시장 상황이 예전처럼 좋았다면야, 전체 거래액 규모를 받쳐 준다는 의미에서 데리고 갈만 했지만, 이젠 선택과 집중이 시장의 대세가 된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인 플랫폼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요? 이들은 하나로 뭉쳐 몸집을 키워 살아남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패션 커머스 브랜디가 인테리어 플랫폼 집꾸미기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이렇게 다른 영역의 플레이어들끼리 뭉치게 된다면, 이들을 계속 버티컬 커머스라 불러야 할지는 의문입니다. 결국 서비스 종료되거나, 혹은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의 길을 택하거나 순수한 버티컬 커머스들의 설 자리는 없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각 버티컬 영역의 1위 플레이어들에게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켓컬리, 무신사, 오늘의집 등은 분명 개별 카테고리에선 압도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 쿠팡과 같은 플랫폼과 비교하면 덩치가 작은 것도 사실이지요. 그래서 이들은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카테고리 확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데요. 결국 버티컬 커머스라는 본연의 색을 잃어버린다는 점에선 앞서 말한 현상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렇게 사라지거나 덩치를 키우거나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이유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둔화되었는데 여전히 규모의 경제는 중요하고, 이를 구현하려면 결국 다시 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경쟁은 새로운 양상에 접어들게 될 겁니다. 서로 부딪힐 일 없던,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들이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경쟁을 벌이게 되는 건데요. 마켓컬리와 무신사, 지그재그가 뷰티 영역에서 맞닥뜨리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1위인 그들도, 여기서 밀린다면 가차 없이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리게 될 거고요.
이처럼 이커머스 시장은 점차 냉혹한 곳으로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순수한 버티컬 커머스는 멸종 중이라 하더라도, 이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기존 종합 플랫폼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인데요. 여기도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가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하위 플랫폼들은 정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GS리테일의 마켓포처럼 뭘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곳은 다행입니다. 빠르게 철수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활발하게 자리 잡은 플레이어들은 출구전략도 마땅치가 않은 상황입니다.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어딘가에 인수되기엔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무작정 헐값에 내놓을 수도 없으니 고민은 깊어져 갈 겁니다.
근데 이러면 너무 모두가 불행한 거 아니냐고요? 당연히 이러한 시기에도 웃는 자는 있습니다. 바로 쿠팡인데요. 이와 같은 치킨게임의 유력한 최후 승자 후보로 떠오르면서, 쿠팡은 실적과 주가가 모두 순항하는 아주 좋은 시절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승자에게 주어지는 명확한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아마 모두가 이 판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치열한 승부의 끝에 결국 웃는 자는 누구일지 궁금해집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