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 꼭 수수료를 받지 않아야 낭만적인 건가요?
당근마켓은 유명 유튜버인 승우아빠와 관련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사실 사건의 발단은 사소한 우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유튜버가 준비하던 식당의 개업 과정을 돕는 과정에서, 일할 인력을 당근알바를 통해 채용한다는 이야기가 계기가 되었는데요. 승우아빠는 더 전문적인 곳을 이용하라며 여기에 부정적인 피드백을 가했습니다. 이를 확인한 당근마켓 홍보팀은 댓글을 통해, 예의 바르게 대응했는데요. 여기서 끝이 났다면 사소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지만, 다시 한번 승우아빠가 라이브 방송에서 당근마켓을 비난하며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번 일로, 당근마켓은 오히려 긍정적인 홍보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우선 초기 대응 자체가 적절했기에, 여론은 당근마켓에게 대체로 호의적이고요. 더욱이 당근마켓 내 채용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오히려 승우아빠가 비난을 받으며 구독자 수까지 줄어들면서 사과문 발표까지 하게 되었고요.
하지만 소수일지라도, 여전히 승우아빠를 옹호하는 이들도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사건의 발단이 된 첫 영상에서의 발언 정도는 그럴 수도 있다고 공감하고 있고요. 어찌 보면 이런 부분이 당근마켓에게는 오히려 더 치명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고객들 인식 속에 당근마켓은 여전히 중고거래를 하는 장소일 뿐이고, 따라서 하이퍼 로컬 플랫폼이라는 비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당근마켓은 수익성과 성장성, 2가지 측면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와 기능들을 덧붙이고 있지만 반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당근마켓이 새로이 시도하고 있는 사업들은 충분한 규모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고는 말할 필요도 없고요. 이번에 문제가 된 아르바이트 채용 시장도 작진 않습니다. 적자 규모를 줄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발판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지요.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중고 거래마켓이라는 인식 자체가, 가능성은 충분한 사업들의 성장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당근마켓 이전에 쌓인 중고거래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다른 플랫폼은 물론, 당근마켓 내에서도 종종 사고가 터지고 있고요. 결국 이러한 상황 때문에, 당근마켓은 거래 중개 플랫폼으로써 꼭 필요한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신뢰의 부족은 그 어떤 서비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요.
그렇다고, 성장성 측면에서 뾰족한 수가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중고거래로 잘 성장해 온 당근마켓이지만, 이것 만으로는 한계가 찾아오는 건 당연합니다. 슈퍼 앱이 성장하려면 지속적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길 밖에 없으니까요. 다만 아직은 어색하지 않게 당근마켓에 붙일 무언가를 찾지 못한 겁니다.
이렇듯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당근마켓이 참고해야 할 곳은 토스가 아닌가 싶은데요. 토스는 애초에 송금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성장 한계에 직면했고,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수익 사업을 덧붙이며 조 단위의 매출 규모는 물론 흑자 전환까지 바라보고 있고요.
일단 토스는 무엇보다 돈을 다루었기 때문에 축적해 온 신뢰 자산이 상당했습니다. 추후 다른 금융 서비스로 확장할 때 이는 큰 힘이 되었고요. 또한 만보기 같은 자잘한 기능들도 토스의 사용 빈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 큰 폭의 성장이 가능했던 건 뱅크와 증권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했을 때였습니다. 당근마켓도 토스처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사업의 본질상 출발선이 다르다면, 조금 더 과감한 선택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근마켓에게 과감함을 권하는 건, 밖에서 볼 때 당근마켓은 스스로가 만든 틀 안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당근마켓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보통의 플랫폼 기업들은 초기에는 환영과 지지를 받지만, 이후 수익화에 나서면서 독과점 등의 이유로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인데요.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자체는 제로 수수료를 고수하며, 일종의 낭만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낭만 자체가 어쩌면 또 다른 제약으로 자리 잡은 게 아니냐는 거죠.
물론 초심을 지킨다는 건 훌륭한 일이지만, 결국 돈을 벌어다 주지는 못합니다. 당근마켓 또한 기업이기에, 적절한 매출원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수수료 부과라도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결국 2가지 선택지 중 하나는 골라야 합니다. 토스는 여전히 송금은 무료로 제공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고, 리셀 플랫폼 크림은 반대로 기존의 삼무정책을 폐기하고,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처럼 말입니다.
특히 당근마켓은 전면적인 유료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유독 수수료에 민감하고, 비판적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해 보는 장사를 계속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적정 수수료를 받고, 중고거래 과정에서의 문제 관리를 철저히 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만할 것 같은데요. 여러 특성들이 차이 나긴 하지만, 어찌했든 중고거래를 중개하는 크림의 수수료 부과가 큰 이견이 없는 건, 그만큼 정품 검수나 가품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근마켓도 수수료를 받는 대신, 이러한 중고거래 중개의 책임을 조금 더 지면서, 안정적인 매출 확보는 물론, 추후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신뢰자산도 쌓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