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해 왔습니다. 그리고 금리가 오르면서 물가도 연동해 오르고, 환율도 같이 올랐죠.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중고를 겪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그동안 부동산과 가상 화폐에 몰렸던 자금들의 버블이 꺼지고 주식 시장이 조정을 겪으면서 해당 금융 상품에 집중 투자해 왔던 2030세대가 휘청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30세대는 초저금리의 이점을 이용한 자본 조달을 통해 부동산, 가상화폐에 상당히 많이 몰려들었는데요. 이들은 금융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파이어족을 꿈꿔 왔습니다.
(참고로 파이어족이란 Financial Independent Retire Early라 하여 경제적인 독립을 통해 조기 은퇴를 한다는 사람들이고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고 현재의 연 생활비의 25-30배를 모아 노후 자금이 마련되면 은퇴한다는 이러한 콘셉트로 돈을 모으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경제 불황이 모습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고금리, 고용 불안정 상황이 닥치면서 2030세가 가지고 있던 수익률 통장은 타격을 입게 됩니다. 대출까지 끌어와서 무리하게 투자한 사람들도 많았고 전반적인 분위기도 그러한 게 유리하다는 측면에 강했다 보니, 이자보다 수익률이 높은 시절에는 통장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끌을 해서 구입했던 자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익률보다 이자가 높아진 상황이 닥치게 되고 이제는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인플레이션은 생각보다 장기화가 되고 있고 고용 불안정 속에서 플렉스, 욜로를 외쳤던 소비의 파티는 막을 내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일단 대출을 살펴보면, 39세 이하의 가구주의 2023년 평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1,671만 원입니다. 이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6%나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중 20대 가구주의 원리금 상환액은 무려 47.1%나 증가했다고 해요. 동기간에 40대의 원리금 상환액 증가율이 7.5%, 50대가 0.7% 오른 것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무시무시하게 오른 수치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3곳 이상의 금융 회사에서 동시에 빚을 진 다중 채무자가 국내에 447.3만 명이 있는데요. 이 중에 2030세대가 무려 31%를 차지하고 있으며 숫자로는 139만 명입니다. 이들의 대출 잔액은 2020년에 비해 29%인 34.4조 원이 증가해 현재 갚아야 할 돈이 155.1조원입니다.
그러다 보니 빚더미에 지친 2030세대 중에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꽤 많았습니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이란 대출, 신용카드 등 연체 이력으로 인해 금융 기관에 이용이 제한이 있는 저신용자들에게 최대 1천만 원까지 빌려주는 정책 금융 상품인데요. 이 특례보증 상품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로 나타난 것을 보면 현재 이들의 대출과 이자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국내외로 평균 소득의 증가율과 물가 증가율을 살펴보면 삶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1인 가구 국내 기준으로 조사한 데이터를 살펴보니, 우리나라에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합니다. 그중에 39세 이하, 2030세대의 작년의 평균 소득은 6,590만 원으로 나왔습니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증가율로 살펴보면 작년 대비 1.9% 평균 소득이 올랐는데요. 동기간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6% 올랐습니다. 물가의 절반 정도만 소득이 상승하다 보니 주머니 사정은 팍팍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에 반해 40,50대의 가구주의 가구 소득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5%, 3.25%씩 올랐으니 일단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거나 비슷한 수준의 지표를 보임을 알 수 있네요.
미국의 경우 자료를 살펴보니 미국의 실질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2023년 상반기 5.3%에서 2024년 상반기 1.0%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가처분 소득이란 월급에서 월세, 대출이자, 고정비 등 뗄 것 다 떼고 쓸 수 있는 남은 돈을 의미하는데요. 실질 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주머니가 얇아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2023년 상반기 4.6%에서 2024년 상반기 6.9%로 크게 올랐습니다. 소비가 줄 수 있는 지표들임을 알 수 있죠.
이렇게 3중고의 경제 상황 속에서 금융 상품의 수익률은 악화되었고,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은 커졌으나, 평균 소득 증가율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2030세대의 소비문화가 확실히 바뀌고 있습니다.
언론 매체에서 일부 인용된 말 중에 ‘욜로 하다 골로간다’라는 말을 보면서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욜로(YOLO)라는 단어는 10년도 더 전에 나와서 사회 전반 분위기가 ‘한 번 살 것 제대로 즐기면서 살자’ 분위기가 많이 조성되었거든요.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라는 의미로 한번 사는 인생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기 보다 현재 행복을 추구하자! 라는 개념입니다. 이 단어는 2011년 미국의 유명 래퍼인 드레이크의 곡 The Motto에서 처음 사용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에 오바마 대통령 시절(2016년), 건강보험 개혁안 홍보 광고를 찍으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YOLO, MAN!’이라고 외친 적도 있다고 해요.
한국에서도 BTS의 <고민보다 Go!>라는 곡의 가사에서 YOLO가 등장합니다.
다소 공격적인 단어들도 많이 등장하는데요. ‘탕진잼, 탕진잼! 욜로’ 이런 가사와 함께 ‘하루아침에 전부 탕진, 내가 벌어 내가 사치, 걱정만 하기엔 우리 꽤 젊어, 오늘만은 고민보다 GO 해버려’라고 말하면서 탕진잼, 욜로 라는 가사가 나오는 겁니다.
이러한 욜로 기조 속에 한동안 오마카세 레스토랑도 불티나게 판매가 되었죠. 예약을 못해서 난리일 정도로 오마카세 열풍이었습니다. 한 끼에 10-30만 원 내외로 상당히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허세’의 대표 키워드로 오마카세가 등장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원래 오마카세는 주방장 마음대로라는 의미로 그날의 재료로 준비한 상차림의 의미를 가지고 있죠. 근데 한국에서는 지난 몇 년간 오마카세를 다녀온 후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정말 근사하고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죠. 저 역시 오마카세에 몇 번 가보긴 했습니다. 저도 그 분위기에 ‘나도 경험해 볼까’라고 다녀오긴 했지만, 두 번 가라고 하면 사실 고민될 것 같습니다. 맛있는 걸 먹는 걸 좋아하지만, 한 끼에 과하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1년의 1-2회의 이벤트 정도로도 괜찮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개인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요)
그 외에도 호화로운 바캉스를 즐긴다는 컨셉으로 ‘호캉스’와 자기 과시를 위해 일종의 돈 자랑을 하는 ‘플렉스 소비’도 오마카세와 더불어 떠오르는 키워드들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소비를 함에 있어 가성비를 따지기 보다 나심비를 따지는 모습도 많이 보였죠. 나심비는 가격에 상관없이 내가 심리적으로 만족하면 된다는 컨셉입니다.
그러나 아마 제가 작년에도 글을 썼지만, 이제는 YOLO를 외치던 사람들이 YONO를 외치고 있습니다.
지난 브런치의 글> https://brunch.co.kr/@vivitheone/204
YONO는 You Only Need One의 약자로 하나면 돼!라는 컨셉이죠. 즉 소비에 있어 꼭 필요한 걸 구매함으로써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알뜰하고 실용적인 소비를 즐기자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로 인해 YONO라는 단어 대신 작년, 재작년부터 꾸준히 ‘앱테크’와 ‘무지출 챌린지’가 인기를 끌었고 ‘거지방’이라는 오픈 채팅방도 등장해 난리였습니다. 그리고 무지출챌린지, 거지방이 활황은 아니나 적어도 앱테크는 지속적으로 인기를 끄는 모습입니다.
앱테크는 앱을 통해 돈을 번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미션을 수행해서 리워드를 받기도 하고, 출석체크를 열심히 하거나 기프티콘을 되팔아 수익을 획득하는 구조의 앱테크도 있습니다. 이런 앱들은 만보기형, 금융형, 미션형의 구조를 띠는 리워드형 앱테크와 절약형의 기프테크로 나뉩니다.
작년에 앱테크를 수행하고 있는 성인남년 1707명을 대상으로 인크루트에서 조사를 한 적 있습니다. 해당 조사 결과를 보니 한국의 성인남녀의 4분의 3 (75%)이 앱테크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앱테크를 이야기하자면, 예를 들어서 하루에 만보를 걸으면 리워드를 준다는 만보기형 앱으로 워크온, 스텝업, 발로소득, 캐시워크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출석체크 열심히 하고 앱 내에 여러 미션을 수행하면 금융 리워드를 제공하는 금융형 앱으로 토스가 있죠. 오락, 타임스프레이, 캐시아워와 같은 앱은 챌린지 미션을 제공하고 해당 미션 수행시 리워드가 제공되는 형태입니다.
그 외에도 사람들에게 받은 기프티콘을 다시 되팔수 있는 앱들도 절약형 앱으로 니콘내콘, 기프티스타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앱테크와 더불어서 사회 전반 소비 문화의 변화가 있는지 더 살펴보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니, 농협은행이 체크/신용카드 결제내역 45억건, 하나로 마트 소비내역 22억건을 분석해 2023-2024년 상반기 농협 은행의 개인 고객 3200만명의 금융 이력, 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일단 2030세대의 외식 소비 건수는 20203년 대비 2024년 9% 정도 줄었습니다. 40대, 50대는 오히려 3%, 11%씩 증가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택시 이용건수도 21% 줄어들었는데요. 다른 연령대가 동기간에 3% 정도 줄어든 것을 비교해 봤을 때 택시 대신 다른 대중교통으로 갈아탄 경향이 강했습니다. 모빌리티 관련하여 자동차 구매의 경우 2030의 수입차 구매건수는 작년에 비해 올해 11% 감소했고요. 수입차 대신 국산차 구매가 34% 증가, 중고차 구매가 29% 증가했고, 렌터카 소비건수도 258%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살펴볼 때 전반적으로 교통 수단에 있어 알뜰하게 소비하려는 모습과 외식 소비에 있어서도 지출을 줄이는 모습이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YOLO(욜로)에서 YONO(요노)로 옮겨가고 있는 소비문화에 대해 마케터의 시각에서 살펴보면, 이 역시 양극화 소비의 한 면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수많은 데이터가 2030세대의 지갑이 얇아졌고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알뜰하게 소비하는 YONO족으로 갈아탔다고 보여주지만, 다른 한 양극단에서는 사치품, 명품 또는 고가의 제품 구매가 서슴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중간 밴드’ 소비가 사라지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마케터 입장에서는 과거에 ‘평균 가격’ ‘구매 객단가’를 중심으로 전략을 세웠던 것들이 요즘에 잘 먹히지 않을 때가 있죠. 세트 구성으로 상품을 진열해도 구매로 전환이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아예 ‘말도 안 되게 싼 가격’과 ‘할인 없이 프리미엄 상품’을 내놓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은 회사 브랜드 가치, 브랜딩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고가 전략, 프리미엄 전략을 외칠 경우 전환 자체가 안 일어날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저가 전략은 괜찮을까요? 사실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 결국 누가 어디까지 버틸 것인가에 따라 살아남는 자가 승자라 하지만, 모두가 출혈로 아파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힘든 시장 환경 속에 마케터들이 전략을 쥐어 짜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커뮤니티 전략을 취해야 한다, 작지만 강한 스몰 브랜드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등 업계에서 정답을 찾기 위해 분주합니다. 그리고 CRM 마케팅 측면에서 고객을 어떻게 분류하고 개인화, 맞춤 전략을 제안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서 최근 몇 년간 CRM 마케팅 키워드가 눈에 띄게 많이 등장하고 있죠. 고객을 획득하는 것보다 획득한 고객을 잘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관련 도서로 “데이터로 말한다, CRM 마케팅”을 추천할게요! ^^)
아직 어떠한 전략들이 최고의 전략이라는 결론이 나오진 않았습니다만, 양극화 소비 시대에 기업들은 여러 테스트를 하면서 성공 경험들을 만들어 나가는 선발주자가 생기고, 그 경험을 좇아 다음의 성공을 만드는 후발주자들이 생기면서 전략들은 트렌드가 되고, 경향이 될 것입니다.
마케팅은 이처럼 사회 경제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해 나가면서 최적의 전략을 꾸준히 찾아 나가는 동적 역량을 가졌기 때문에 그야말로 마케터는 변화와 트렌드를 꾸준히 쫓아가는 자세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좌우간, 소비 양극화 시대 YONO(요노)를 중심으로 한 알뜰 소비, 하이엔드 소비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아마 이러한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이은영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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