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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Oct 31. 2022

20221029

내가 어릴 땐 예쁘고 잘생긴 친구들을 보고 가슴이 설레었다. 나이가 훌쩍 먹은 지금은 10대, 20대 아이들을 볼 때면 참 젊어서 예쁘다란 생각을 한다. 서너 명씩 무리 지어 식당에서 웃고 떠들며 밥을 먹는 모습도 예쁘고, 밤거리를 헤매며 어디 안주가 싸고 맛난 술집이 없는가 저들끼리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도 예쁘고, 빛나는 젊음을 한껏 드러내는 과감한 옷차림으로 당당하게 걸음을 놓는 모습도 예쁘다. 젊음은 아오리 사과 같아서 한 입 베어 물면 농익은 단맛보단 앳된 산미가 느껴진다. 그래서 더 빛이 난다.


어제오늘 젊고 예쁜 아이들이 많이 죽었다. 확인된 시신은 총 154 구라 한다. 실종자 수색 중이라 아직 명확한 숫자는 아니다. 구급대 짬밥이 찰 만큼 차서 한동안 눈앞의 시신을 보아도 '좋은 데 가세요.'라고 짧은 애도로 일관했는데 오늘은 그게 잘 되지 않았다. 가슴이 답답했다. 아이들이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은 게 내 책임이고 어른들 책임인 것 같았다. 이태원에 하나 연고도 없는데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오지랖이라 비웃을 이 미안한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서 하루 종일 우울했다.


깊고도 무거운 오늘을 위로하기에 내 글줄이 너무 가벼워서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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