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2019년에 쓰러졌다. 뇌졸중이었다. 지방 소도시라 신경외과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골든 타임을 놓친 그는 이후로 평생 지팡이를 짚지 않으면 걸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재활 치료를 받으면 팔다리가 타는 듯이 아팠다. 고통은 참을만했다.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남자는 말을 잃었다. 아니, 말의 영혼은 거기 있었으나 바람을 타고 볕을 쬐어 생명을 얻지 못했다. 그건 죽은 말이었다. 말은 아무도 듣지 못하는 장송곡이 되어 늙어가는 남자의 몸에 음울한 음표를 새기고 있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진 그랬다.
남자는 작년에 첫 손주를 품에 안았다. 수십 년 전 아들을 안았을 때와는 또 다른 기쁨이었다. “예쁘다.” 남자가 말했다. 4년 반 만에 죽음보다 까만 침묵으로부터 건져 올린 첫마디였다. 그걸 옹알이처럼 되풀이했다.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
이야기를 마친 남자는 오른 다리가 팅팅 부어서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미소를 지었다. 괜찮으세요, 묻자, 아픈 건 괜찮아요 하고 답이 돌아왔다.
아픈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남자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