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하러 간 남편이 미안하단 문자를 남긴 뒤로 연락이 없다는 신고였다.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해서 얻어낸 GPS값을 가지고 수색을 시작했다. 해안 도로 중간에 멀뚱히 서 있는 차 한 대가 있었다. 뭘 보게 될지 뻔했지만 뻔한 장면들은 대개 뻔하다는 사실만 빼고 익숙해지지 않았다. 차갑게 굳은 사람, 프라이팬 위 담배꽁초와 함께 재가 된 번개탄, 소주병, 아주 가끔 시신과 함께 동봉된 두서없는 편지. 겁이 나서 차 문을 부러 과장되게 열어젖혔다. 휴대전화만 있고 사람은 없었다.
구조견이 동원되었다. 개가 냄새를 맡고 해변 끄트머리에서 바다 쪽으로 길게 뻗은 곶으로 파트너를 이끌었다. 곶은 나이 많은 해송으로 울창했고 그 안에 죽은 솔잎이 뒤덮은 오솔길을 품고 있었다. 개는 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 멈췄다. 내밀고 있던 혀가 입 안으로 들어가자 짐짓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버려진 초소가 개의 시야에 들어왔다. 초소 안쪽에서 회색 페인트처럼 진한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개가 몸을 잡아 빼며 달리는 바람에 파트너는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개가 달렸다. 사람들도 달렸다. 초소 출입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문 안쪽에 바른 청테이프가 쩍 하고 뜯어지면서 문이 열렸다.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는 사람이 있었다. 잠든 것처럼 가슴이 오르내렸다. 남자를 흔들어 깨웠다. 천국에서 천사를 만나길 기대했을 텐데, 남자의 시야에 들어온 건 죽는 것도 맘대로 못하게 하는 못생기고 덩치 큰 남자였다.
용하고 기특해서 개의 머릴 쓰다듬었다. 네가 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개는 음미하듯 바닷바람에 실린 냄새를 맡으며 종종종 걸었다. 오랜만에 산책이라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