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오.”
우리 아버지 연배 정도 되어 보인다. 노인은 아니지만 노인의 길목에 서 있는 남자다. 웃음이 어색해 보인다. 평생 장사를 해 온 사람이라면 모를까, 나이 먹어 일자리를 얻은 주유소에서 자식뻘의 손님에게 살가운 말마디를 건네기가 어려울 것이다.
“만땅이요.”
“예에.”
남자가 주유기를 노려본다. 늘어나는 숫자가 속절없이 불어나는 나이 같다. 좀 전의 미소와는 달리 딱딱하게 굳은 얼굴. 주유를 마치고, 주유구 덮개를 막고, 결제를 하려고 사무실로 들어간다. 영수증을 내게 건넨다.
“안녕히 가세요오.”
예의 버거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이사한다. 뭔가 잘못됐다. 남자는 내게서 카드를 받아간 일이 없다. 누구 카드로 긁고 영수증만 준 거다. 나는 오 초쯤 고민한다. 고민하는 자체가 부끄럽다.
“사장님(아니겠지만), 다른 분 카드로 결제하신 것 같은데요.”
“예? ...... 아, 아이구야, 내 걸로 했네.”
“여기요.”
남자가 서둘러 사무실로 달려간다. 새 영수증과 내 카드를 함께 건넨다.
“...... 고마워요.”
남자가 웃는다. 이번엔 진짜 웃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