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후기를 보고 우습게 본 게 탈이었다. 산을 타고 글을 쓸 정도라면 어지간한 산은 다 동네 뒷산으로 보일 터였다. 나 혼자라면 모를까, 아이들까지 데리고 오를 만한 산은 아니었다. 길은 좁고, 가팔랐다.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긴 했지만 낭떠러지도 몇 군데 보였다. 결국 등산로 중턱에 낙엽이 깔개처럼 쌓인 평상에 짐을 풀었다. “잠깐 쉬었다가 내려가자.”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구시렁거리며 산을 타던 아이들은 쾌재를 불렀다. 거의 쉼 없이 한 시간 반을 등반한 참이었다.
산을 내려와 집으로 가는 길목에 붕어빵 가게가 문을 열었다. 나는 한 해만큼 늙었는데 붕어빵은 한 해 전 틀에 찍혀 나온 그 모습 그대로였다. 붕어빵이 부러워질 나이가 될 줄이야. 팥 세 개와 슈크림 세 개를 주문했다. 삼천 원이란다. 나이를 먹어도 매끈한 피부를 유지한 덕인지 귀하신 몸이 됐다(한 개에 오백 원, 한 입에 이백 오십 원). 물 많은 밀가루 반죽의 질척한 식감이 과연 이븐하게 익었는가 어쨌는가는 모르겠지만 맛은 좋았다. 달콤함도 달콤함이지만 따스함이 좋았다. 생각해 보니 올 들어 처음 마주한 ‘쌀쌀한 따스함’이었다. 적어도 내년 2월 중순까지는 이 맛을 줄기차게 찾게 될 것이다.
산을 마저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래도 붕어빵 덕에 좋은 걸 배웠다. 정상에는 저 아래를 내려다보는 뿌듯함, 우월감, 고독한 성취감이 있지만 산 아래 넓게 펼쳐진 양지엔 붕어빵이 있다. 발바닥이 터지도록 산을 올라야 꼭 삶인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잔디밭에 둘러앉아 어떤 게 슈크림인지 팥인지 몰라서 일단 입에 집어넣고 보는(예상과 달라도 그런대로 먹을만한) 것도 나쁘지 않은 삶이다.
그러니,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산을 오른다 누군가 이야기했듯 붕어빵 가게가 거기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맛을 보는 게 어떨까. 지금 이 순간도 붕어빵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회가 적어질수록 가격은 비싸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