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메시지가 왔다. 대학 졸업하고 십 년 만이었다. 잘 지내? 먼저 안부라도 물었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으련만 대뜸 장문의 문자라니. 읽어내리는 동안 가슴이 뻐근했다. 답할 말을 찾지 못해 애꿎은 양손 엄지만 허공에서 탭댄스를 추었다.
너는 뭐 웃기는 얘길 들려주면 오뽝! 소리치며 등짝을 후려치는 버릇이 있었다. 언젠가 결혼한다는 얘기를 듣고 앞으로 그쪽 신랑 등짝은 성할 날이 없겠구나 싶었다. 이후론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같이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쓰잘 데 없는 농담으로 밤을 지새우던 사이는 그만둬야 했다. 누군가는 그런 걸 쿨하다고, 괜찮다고 말할지 모르나 내 상식으론 아니다. 남의 여자에겐 거리를 둬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문자에 답하기 전에 우선 송금부터 하기로 했다. 이전까진 안 친하면 삼만 원, 친하면 오만 원이 대원칙이었다. 그러나 아버지 돌아가셨다는 부고 문자에 오만 원으로 답하기가 민망했다. 연락도 안 하는 사인데, 이거면 우리 네 식구 일주일 식비인데, 애들 옷을 사도 세 벌은 살 텐데. 치사한 생각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에라 모르겠다.
마음만 조금 보낸다.
고민 드럽게 많이 했으면서 ‘마음만 조금’ 보낸다며 생색을 냈다. 띠링. 계좌에서 십만 원이 빠져나갔다고 알림 문자가 왔다. 여섯 자리 숫자가 어딘지 뿌듯했다. 오만 원 안 붙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