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는 고민에 빠졌다. 크리스마스를 대충 넘기기엔 아이들이 너무 커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산타는 아빠니까 현실을 직시하고 선물은 기대하지 말렴. 올해 너희가 얼마나 내 속을 썩였는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하길 바란다.”라고 얘길 할까 잠시 고민하던 산타는 그래도 올해까진 선물을 챙겨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형 마트 레고 코너에서 그는 약 십오 분을 머뭇거렸다. 그건 자동차를 사는 일과 비슷했다. 오만 원짜리를 보다 보면 조금 더 보태서 십만 원짜리를 사고 싶고, 십만 원에서 십오만 원, 점점 액수가 올라갔다. 마침내 산타는 어릴 적 뽑기 기계를 연상케 하는 신상 레고를 집어 들었다. 가격은 이십삼만 구천 원이었다.
크리스마스 오후, 산타는 아이들과 함께 조립 대장정을 시작했다. 성인 손바닥 둘을 합친 크기의 부품 패키지가 열두 개나 되었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한 시간쯤 지나 바닥나서 나머지 공정은 거의 산타의 몫이 되었다. 산타는 내내 감탄했다. 이게 이렇게 딱 들어맞는다고? 오호라, 이 디테일을 좀 보라지. 세상에 이렇게 드르륵 하고 돌리면 도로록하고 굴러 나온다고! 나 어릴 적 백 원짜리 뽑기처럼! 저 피규어들 때깔 고운 것 좀 봐! 하하하! 신나 하는 산타를 보고 첫째 아이가 말했다.
“아빠,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말고 아빠 선물을 준 것 같애.”
에이 설마. 기분 탓이야 기분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