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에 빚을 져서

by 백경

의사가 말했다.


아이 심장에서 잡음이 들립니다.


첫째는 팔다리가 길고 배만 불룩 튀어나와서 꼭 거미 같았다. 체중은 2.67킬로그램. 예정일보다 10일인가 빠르게 태어났고, 그래서인지 먹는 게 영 시원치 않았다. 젖을 빨다 지쳐서 고개를 툭, 떨구고 다시 젖을 입에 물려다 힘에 부쳐 엥엥엥 맥없이 울었다.


18개월 만에 젖이 말랐다. 아이는 젖꼭지 대신 밀어 넣는 밥숟갈이 마뜩지 않은지 퉤퉤 밥을 뱉어냈다. 어찌해야 할까, 생각하던 중에 떠오른 게 카레였다.


원래 나는 카레를 좋아했는데 나이 먹으면서 카레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은 온통 카레였기 때문이다. 학교 급식에 카레, 도시락도 카레, 캠핑 가면 3분 카레, 군대 가서 짬통에 넘치도록 담겼던 카레, 어느 날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한 인도 카레, 카레, 샨티 샨티 카레 카레야. 지긋지긋했지만 어쩌면 카레가 골골대는 내 새끼의 입맛을 돋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카레는 맛있으니까.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과장 않고 처음 카레에 비빈 밥을 먹는 순간 아이의 눈빛이 변했다. 체중이 무섭게 불어났다. 어느 날 심장의 잡음도 사라졌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카레를 끓였다. 카레에 빚을 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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