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칠

진심을 덧칠하는 시간들

by Mocacandy

공간과 연결된 감각들은
기억의 깊은 곳에 잠겨 들어,
나조차도 모르게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곤 한다.

이를테면, 힘들어하던 친구와 함께 갔던 캠핑장.
은은히 퍼지던 풀 내음과
친구의 공허한 마음 같던 냉혹한 바람,
그리고 조용히 타들어가던 장작 소리.

혹은 사랑했던 이와 걸었던 해질녘 해안.
닿으면 데일 듯 붉게 타오르던 일몰과
사랑을 속삭이던 다른 연인들의 작은 대화,
그리고 우리가 참 좋아했던 헤이즐넛 향기 같은 것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남겨진 감각들이
그 공간과 함께 떠오를 때면,
문득 깨닫곤 한다.
나는 언제나 진심이었구나.
누구에게든, 어떤 순간에서든.

그때의 공간과 시간을
우연히 혹은 가끔은 의도적으로 다시 마주할 때,
나는 온전히 혼자서 그 기억들을
나만의 색으로 다시 칠해보곤 한다.

괴로운 기억을 덮기 위해서도,
아름다운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그때 내가 무엇을 원했고 어떤 마음이었는지
더 선명히 보고 싶어서다.

그때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했던 것처럼,
이제는 나 자신에게도
진심을 다해야 한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