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사랑이 스쳐가는 순간

by Mocacandy

사랑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적어도 나는 부정할 수 없다.
너라는 사람 덕분에, 아니 어쩌면 너 때문에.

네 앞에서 나는 유독 자주 비겁해지고 구차해졌다.
MT가 끝난 밤, 모두가 잠든 뒤
네가 뒤척이듯 내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던 순간처럼,
작고 분명한 너의 신호들을 나는 모른 척해야만 했다.

기숙사로 함께 돌아오던 길,
넌 고등학생 때 실컷 꾸며봤기에
이젠 오히려 힘을 빼는 중이라고 했다.
“오빠는 어떤 스타일 좋아해요?
꾸미는 게 좋다면 그렇게 해볼게요.”

넌 유쾌했고, 잘 웃었고,
동시에 생각도 깊은 사람이었다.
웃음 뒤에 숨어 있던 깊이가 느껴지는 사람
아마 평소의 내가 좋아했을 사람.

하지만 사흘 전, 나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 무슨 사이야?’라는 말을 들었었고,
대답까지 마쳐버린 후였기에
너의 물음을 애써 얼버무리고,
조금씩 너와의 연락을 줄여갔다.

그로부터 일 년쯤 뒤,
네가 학교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꼭 한 번은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다’는 너를
나는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그렇게 너와 다시 만나게 된 날조차도
며칠 전 새로 사귄 여자친구가 목에 남긴
질투의 흔적을 미처 지우지 못한 채 너를 마주했다.
그리고는 참 티 나게, 구차한 변명을 해야만 했다.
그런 상황이, 나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그때의 공기는 흐릿하게나마 떠올릴 수 있지만,
네 표정만큼은 이상하리만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그날의 마지막 양심이
내가 네 눈을 마주 보지 못하게 했던 것만 같다.

그 시절의 두 인연 모두,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기억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상상해 본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눈치가 빨랐더라면,
조금 더 신중한 사람이었다면,
그 두 번의 인연이 비밀 연애가 아니었다면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같았다.
넌 참 좋은 사람이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사람.

아마 너는 하이볼처럼 은은한 단맛과 쓴맛을 남기고,
오래된 액자 속 먼지 쌓인 사진처럼
그 시절의 추억으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문득 떠오르는, 그런 맛과 이미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