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사랑이 익숙해진 시대에
요즘은 사랑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기 좋은 시대다.
연애 예능은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가명만으로도 어떤 이미지인지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심지어 결혼 생활의 갈등이나 이혼의 위기마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가끔 매체가 보여주는 연애의 모습들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건 아닐까, 문득 걱정이 된다.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이라면,
더더욱 매체로만 사랑을 바라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
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어느 회사의 광고가
‘우리도 저래’라는 말로 많은 공감을 얻었던 이유는,
우리 삶엔 예능에서 흔히 보게 되는 극적인 장면보다
말없이 지나가는 작은 행복과 사소한 다툼들이
훨씬 많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서가 아닐까?
현실 속 사랑에 대한 나의 고민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고요한 새벽 옥상에서 듣던 성시경의 '푸른 밤',
특히 2부의 ‘사랑을 말하다’ 코너는
좋게든 나쁘게든 나의 환상을 깨기에 충분했다.
코너 속 행복한 사연들은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같은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투덜거리다가 웃고, 서운해하다가 기대며,
함께 하루하루를 걸어가는 이야기였다.
이별 역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극단적 결말이 아닌
힘든 하루하루를 견디다 뒤돌아 봤을 때,
고통조차 어느새 풍화되어 조용히 추억 속으로 흘러가는 모습이었다.
소설이나 드라마 속 사랑은 여전히 흥미롭지만,
나에게는 퇴근 후 가볍게 한잔 하며 서로를 어깨를 토닥이는 위로나
샤워하다 발견한, 비누에 엉킨 전 연인의 머리카락을 보며 조용히 눈물짓는다는 노래 가사처럼
소소한 일상의 장면들이 훨씬 가까이 와닿았다.
연애를 쉬거나 포기했다는 사람들이
너무 아프지도, 마냥 편하지도 않은 현실적인 연애를 겪으며
연애가 극도로 위험하거나 지나치게 아름답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고 소소한 연애의 행복도 발견했으면 좋겠다.
존재만으로 고마운 사람과
함께 웃고, 울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그런 일상 속의 사랑은
나를 한 뼘 더 돌아보게 하고,
견디기 힘든 하루조차 덜 외롭게 만들어주는
인생의 좋은 첨가제와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