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 스며든 삶의 조각들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미련과 현재의 고민,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걱정들이
한 걸음씩 조용히 뒤로 물러난다.
처음 그런 경험을 했던 건,
어느 가을 저녁이었다.
천문대에서 도시까지 걸어가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저 하늘 위로 별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쏟아지는 별빛이 나를 비추자
내 안의 불안은 서서히 희미해져갔다.
그렇게 풍경은 가끔 내 삶의 거리를 재조정해 주곤 했다.
때론 도시의 야경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
늦은 밤 퇴근길, 한강 다리 위에서 바라본 서울의 밤.
하나둘 불이 꺼지는 창문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스쳐갔다.
누군가는 바쁜 업무에 철야 근무를 하고 있을 테고,
어떤 집은 소소한 하루를 나누며 늦은 식사를 했을 테고,
다른 집에선 아이의 고른 숨소리에 조용히 안심하겠지.
그저 불빛 몇 개였을 뿐인데,
나는 그들의 일상을 멀리서 응시하며
내 고민이 한 뼘 작아지는 걸 느꼈다.
가끔은 우연히 들어선 골목길이
나를 몇 년 전의 어느날로 데려가곤 했다.
오래된 담벼락의 낡은 벽돌, 흔들리는 가로등 아래로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지나간 사람들, 지나친 추억들.
그렇게 나는 풍경 속을 거닐며,
내가 놓쳐버린 시간과 다시 마주했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 결국,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잊고 산다는 걸 깨달았을 땐
마음 한 구석이 저릿했다.
설레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그 풍경,
눈물 나게 아름다웠던 장소조차도
어느 순간 흐릿해져 버린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을 때,
나는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진이었다.
휴대폰으로라도 기억의 조각을 남기고 싶었다.
흘러가는 시간들에 필사적으로 저항이라도 하듯이,
나는 순간의 풍경들을 붙잡아 두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의 사진첩에는
놓아버렸던 미련,
지우고 싶은 후회,
붙잡고 싶은 행복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한 장의 사진마다
소복히 쌓여가고 있었다.
아마 내 인생은,
그렇게 잊고, 기억하고,
또 다시 꺼내보는 풍경들로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