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by Mocacandy

‘너 말고는 부를 사람이 없어’
소녀의 그 한마디가, 소년의 마음을 조용히 흔들었다.
3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소년은 미처 말리지 못한 머리카락에 걱정을 남긴 채,
얼음장 같은 밖으로 나섰다.

“무슨 일이야?”
약간의 안도와 걱정이 섞인 소년의 목소리에도
소녀는 재차 고개만 저었다.
소녀의 눈빛엔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것을 다 헤아리기엔 소년은 아직 어렸다.
그렇기에 그저, 차가운 거리를 계속해서 걸었다.

“추워”
처음으로 새어 나온 소녀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식어버린 몸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인지
소년은 알 수 없었다.
소년이 해줄 수 있는 건 같이 영화관 로비에서 서성이는 것뿐이었다.
소년의 손도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추위 때문일까, 아니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걸 느껴서일까
그것 역시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그저 말없이 같이 앉아있었다.
한 순간 소녀는 영화관 복도 끝을 잠시 응시하다가, 소년을 올려다봤다.
소년이 천천히 끄덕이자 소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향했다.
남겨진 소년은 지지직 소리를 내는 텅 빈 스크린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울린 휴대폰의 진동이 순식간에 우울한 정적을 깨트렸다.

‘말 못 해줘서 미안해. 고마워.’
소년은 숨을 삼켰다.
추위 속에서 고생한 소녀에 대한 미안함.
마음을 닫아버린 건 아니라는 안도감.
도움이 되었다는 작은 뿌듯함.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하는 걱정.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소년을 덮쳐왔다.
그럼에도 소년은 웃었다.
소녀가 고민 끝에 보냈을 글자 하나하나가,
너무나 사랑스러웠으니까.

‘괜찮아’
차마 보내지 못한 수많은 말들 중에서
끝끝내 남겨진 세 글자.
그 세 글자를 보낸 순간,
소년은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