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원 일기 2
드라마는 어쩌면 내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내 인생의 많은 변곡점마다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있었고 참으로 많은 시간을 드라마를 보는 것에 할애했으니까. 나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은 싫어해도 같은 드라마를 다시 보기 하는 것에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단편으로 끝나는 영화보다는 여러 편으로 이어지는 드라마가 좀 더 내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았기 때문일까. 16부작 정도는 되어야 더 이상 아쉬움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작가원 기초반 과정에서는 단막 한 편을 완성해야 하는데 단막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은 나에게는 이 단막이라는 장르가 꽤나 힘들게 느껴졌다. 물론 연수반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한편 안에 적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사건과 갈등을 넣어서 6-7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완결되게 만든다는 게 참 어렵다.
주인공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른 걸 보지 않고 가야 하는데 나의 인물들은 자꾸 다른 곳을 기웃거리고 자꾸 잡다한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주제가 하나가 아닌 느낌이 들고 어수선하다. 깔끔한 성격이 못 돼서 그런가 별 생각이 다 든다 대본을 쓰다 보면...
누군가를 울리고 웃기고 한다는 게 참으로 큰 마법이었구나 대작가들의 대본집을 읽으며 감탄한다. 글만으로도 사람을 오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지금의 내게는 거의 신처럼 느껴진다.
평일 저녁 30명가량의 수강생들이 모인다. 거의 모든 평일에 낮반과 저녁반이 개설되어 있으니 수강생이 참 많다. 드라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작가원에 다니면서 가장 좋은 건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격주마다 하는 스터디도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아직도 참 좋다. 다시 학생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냥 행복하게, 기초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