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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Apr 11. 2022

헤어짐은 또 다른 출발의 시작

새롭게 갈 길이 열리고 해야 할 일들이 보일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즐겨 듣는 설교가 있다. 남양주에서 2년 살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온 후 등록할 교회를 정하기 위해 들어간 교회에서 영유아부 예배에 참석하다가 한 달 뒤에 등록을 했고 영유아부에서 봉사하는 분들의 섬김을 충분히 누리며 감사한 시간들을 보냈다.

  둘째 아이까지 영유아부를 졸업하고 유치부로 올라가면서 나도 영유아부 교사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봉사를 맡게 됐다.

  어떤 모임에서나 활동하는 사람, 봉사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보다 많은 봉사를 맡게 되고 봉사 활동에 치여 영적 성장이 멈추고 때로는 지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힘이 되어주던 목사님의 설교, 나의 영적 갈급함을 채워주었고 봉사에 치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이 교회가 나의 선교지라는 마음으로 헌신할 수 있었다. 




  그 교회가 10년의 준비를 거쳐 어제 "일만 성도 파송운동 파송예배"를 드렸다. 스물아홉 목사님들과 스물아홉 개 교회로 떠나는 성도들, 스물아홉 개의 교회로 분립하는 예배를 드렸다.

  대부분의 대형 교회들이 몸집을 키우고 세력을 키우며 욕을 먹고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학교 건물을 대여하며 쓰면서 공간의 어려움으로 마련하게 된 드림센터까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다.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가 아님에도, 직접 만나 마주해 본 적도 없는 목사님임에도 몇 년 동안 준비해 온 분립이 이루어지는 예배를 드리는 기쁨과 인간으로서 정든 교인들과 목사님들을 떠나보내며 느끼는 감정이 온전히 느껴져서 설교를 들으며 눈물이 났다.  




  우리 교회는 교역자들이 주기적으로 같은 교단의 교회로 옮겨가며 사역을 한다.

  짧으면 2년, 길면 4년을 주일마다 봐온 교역자들이 사임을 하고 다른 교회로 가게 된다는 광고와 함께 마지막 인사를 할 때면 그때마다 서운하고 눈물이 난다.

  청년부 시절 선교지로 떠나는 청년들을 배웅하는 파송의 찬송을 불러주며 격려할 때도 눈물이 났고 세월이 지난 지금도 선교지로 가는 목회자를 떠나보낼 때면 눈물이 난다. 

  모든 것이 주님의 계획이지만 인간적인 마음에서 우러나는 헤어짐의 아쉬움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동안 매 주일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영적으로 성장해가며 이젠 머리 위로 하얀 서리마저 내려앉은 그들을 보내면서 기쁨의 세리머니나 아쉬움의 세리머니를 해주고 싶으셨을 텐데 더 이상 어떠한 추억도 만들면 안 될 것 같다며, 기억에 남는 예배를 드려서는 안 될 것 같다며 현수막이나 이후에 어떤 순서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한다. 




  눈물이 사무쳐 흐르는 이 아픔을 견디고 나면 헤어짐은 또 다른 출발의 시작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은 여전히 마음이 아프지만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고 새롭게 갈 길이 열리고 해야 할 일들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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