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곱게 포장한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 진실하게 전해질 수 있다면
나는 언제부터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일까? 국민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손천숙 선생님은 내 일기를 읽으시고 일기 마지막 부분에 빨간 볼펜으로 글을 잘 쓴다는 격려의 말을 써주셨다.
아이들의 일기에 쓰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흔한 피드백이었지도 모르지만 34년이 지난 지금까지 선생님의 성함까지 또렷이 기억이 남아있다는 건 어린 나에게 선생님의 그 한마디가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학교 진학해서는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일기장에 써 내려갔고 고등학교 때는 문맥도 맞지 않는 시들을 끄적거렸다.
성인이 되고 매년 초 작고 예쁜 다이어리를 구입해 그날그날 생각을 적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매년 구입하는 다이어리에는 중요한 일정만 적게 됐다.
2022년이 시작된 지 100일을 지나온 지금, 올 해는 꼼꼼히 메모해 보겠다며 장만한 다이어리는 저만치 처박아두고 손에 익숙한 핸드폰 앱을 이용해 간단하게 일정을 체크하고 있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멋모르며 상상하던 사춘기의 꿈처럼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주고받던 손편지의 기억과 늦은 밤 써 내려가던 첫사랑에게 쓰던 손 편지, 대학교 컴퓨터실에서 얼굴도 모르는 메일친구와 주고받던 온라인 편지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희미해져 갔다.
어릴 때는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검사받기위해 일기나 독후감을 썼었는데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마음과 내 생각을 담아내는 글을 써야 할 일이 많이 생긴다.
정성스럽게 쓴 글로 곱게 포장한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 더 진실하게 전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두(口頭)로 마음을 전할 때 자칫 정리되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고 후회할 때도 있는데 글을 쓰는 동안 내 마음도 정리되고 몇 번이고 정리한 글을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으니 더 좋다.
내가 글을 쓰는 의미, 아빠에게 글쓰기도 이런 의미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