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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Apr 18. 2022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된 오늘

어색해진 마음의 거리 두기도 해제될 수 있을까?

  오늘 오후, 치과에 진료를 받으러 갔던 남편은 치과에서 아이들의 전에 다니던 학교의 학부모와 아이를 만났다고 했다.

  안 만난 지 벌써 2년이 지나 아이의 이름은 희미했으나 얼굴은 기억이 나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며 한번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다.

  나도 그 엄마를 못 만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토요일마다 우리 아이들은 아차산 배수지 풋살장에서 취미로 축구 수업을 했었는데 그 아이는 지역 축구단에 입단해서 옆에 있는 축구장에서 축구 수업을 받고 있노라며 그 엄마와 마주쳤던 적이 있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1년 전쯤 아차산 배수지 경기장 전체가 전면 폐쇄되면서 잠깐이라도 마주치게 될 가능성도 사라졌었다.

  오래간만에 전화를 하며 2년간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코로나 상황 중에 전학을 왔기 때문에 우리가 이사 온 것도, 우리 아이들이 전학 온 줄도 몰랐다며 언제 시간 날 때 만나서 커피를 마시자는 인사말을 남기고 통화를 끝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구에 있는 청소년수련관과 구민체육센터에서 미술이나 수영 등 예체능을 배우곤 했다.

  초등학교에서 거리가 꽤 가까웠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하교 후 방과후수업이 없는 날엔 청소년수련관이나 구민체육센터에서 수업을 신청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곤 했다.

  같은 초등학교 친구들이 대부분 그렇게 했기 때문에 청소년수련관이나 구민체육센터에 가면 같은 반, 같은 학년의 아이들이 아니어도 같이 배우는 아이들끼리 금방 친해지고 아이의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는 엄마들끼리도 금세 어울려 가져온 간식을 같이 나눠 먹이곤 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집에 갈 생각은 하지도 않고 넓은 공터에 어울려 한참 놀다가 저녁시간이 다 되도록 헤어지지 못한 아이들은 퇴근하는 아빠들의 행선지를 바꿔서 결국 몇몇 가족은 함께 치킨집으로 향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던 2020년 1월, 매일 아이들과 학부모로 북적이던 수영장은 예전 같지 않게 한산했고 얼마 후 전면 휴관에 들어가면서 그곳에서 마주쳤던 엄마들은 더 이상 만날 일이 없었다.

  어쩌면 오늘 확실한 시간 약속을 정하지 못하고 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반가운 마음에 앞서 그동안 같은 일상을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나서 대화하는 게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던 것 같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오늘, 2년 동안의 공백으로 어색해진 마음의 거리 두기도 해제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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