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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Apr 20. 2022

현명한 관계 정리

행동으로 옮기는 건 여전히 어렵구나


  

  언젠가 한 번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명한 관계 정리]라고 제목을 써놓고 글을 쓰려고 했더니 머리가 아프더라.

   지금껏 사람과의 관계를 깔끔하게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그 얼마나 오만하고 방자했던 나만의 생각이었는지, 글을 쓰려고 되짚어서 생각해 보니 내 세 치 혀로 마음의 상처를 줬을 만한 사람도 생각나고, 내 옹졸한 행동에 멀어진 듯한 사람도 생각나고, 우유부단했던 내 행동으로 오해를 남긴 채 어색해진 관계도 생각나서 부끄러워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평상시에는 톡이 많이 쌓이지 않던 단톡방인데 오늘은 톡이 많이 쌓여 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단톡방을 뜨겁게 달군 이야기는 아이들 교육부터 시작해서 저녁에는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자녀를 양육하며 누구나 한 번쯤 곤란한 상황을 경험하겠지만 나 또한 여러 번 그런 상황이 있었다.

   아이가 2학년 , 덩치가  다른  아이가 반에는 들어올  없어서 같은  아이들에게  아이를 잡으라고 시켜서  명의 친구가 붙잡고  명은  아이의 배를   때린 적이 있다.

  가해자가 4명인 상황, 금요일 점심시간에 생긴 일이어서 선생님도 안 계셨고 하교 후 그 얘기를 듣고 선생님께 전화와 문자를 보내봐도 내일이 주말이라 전화기를 꺼놓으신 건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큰아이의 말만 듣고 그 상황을 판단할 수 없어서 결국 반 단톡방에 사건의 진위 여부를 물어봤고 주말 동안 가해자인 학부모들이 전화를 해서 어느 정도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2명의 학부모들은 아이에 대한 변명을 먼저 늘어놓으며 사과답지 않은 사과를 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상황을 넘기며 사과를 했고 아이들에게 지시를 했던 아이의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그럴 일이 없다며, 왜 우리 아이에게  누명을 씌우냐며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었다.

  마지막 남은 한 사람만 그 상황에 대해 아무런 사족 없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변명과 핑계를 대며 어설픈 사과를 했던 세 사람에게 느꼈던 찜찜한 기분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던 한 사람 덕분에 그 사건을 용서하고 마무리할 수 있었고 세 명에게 느꼈던 안 좋았던 감정까지 위로받았던 기억이 있다.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끝맺음을 확실하게 하고 사과할 일이 있을 때는 아무런 변명 없이 깔끔하게 사과를 했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미련도 남지 않을 텐데 난 여전히 누군가에게 미련을 남겼을지도, 아직도 누군가에게 미련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명한 관계 정리,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여전히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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