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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May 27. 2022

오늘도 지혜를 배운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위치를 냉정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


  며칠 전 아침, 아이들이 등교를 한 뒤 나도 박민영 원장님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강남으로 향했다. 

  박민영 원장님은 강남에서 스피치학원(휴스피치)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원장님께 1 대 1 보이스 코칭을 받기 위해 한 달 전쯤 약속을 정했었다. 

  사실 코칭을 받고 싶다는 연락을 드리기까지도 고민을 했고 그날 집을 나서면서도 부담스러웠다.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기대와 설렘보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잘해야 할 텐데라는 부담을 갖고 시작하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지, 어떤 것에 어려움이 있는지 원장님과 대화를 나눈 후 실습을 진행했다.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신 원장님은 내가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기 때문에 시작이 어렵고, 무엇이든 완벽하게 전달해 주고 싶어 하기 때문에 아직 강의할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에 자신이 없고 강의할 자신이 없는 것 같다고 하셨다.

   코로 호흡을 하고 한 단어씩 덩어리로 묶어 단어를 내뱉는 연습을 하면서 한 가지를 시작하면 너무 집중을 하는 편이라 결국 긴장을 하게 된다며 어깨를 내리라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그렇다. 나는 처음 배우는 어떤 수업에서도 서툰 모습을 보이는 게 부끄럽다.

  모르기 때문에 배우고, 서툴기 때문에 배우는 건데 나는 그마저도 남들보다 능숙하게 해내고 싶어 한다.

  당연히 처음 겪게 되는, 몇 번 해보지 않은 것에 실수를 하고 서툰 것은 당연한 일인데 나는 은연중에 그게 내가 부족해서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게 잘하면, 그렇게 잘 알면 학생의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고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인데 왜 난 내가 못하는 것이 이렇게 못마땅한 걸까?




  모르고 있는 부분을 인정하고, 내가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내가 지금 서 있는 위치를 냉정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 현실은 뼈저리게 아프겠지만 발전은 더 빠를 수 있을 텐데 자꾸 내가 만든 허상에 숨으려고 하는 내가 안타깝다. 

  누구에게나 잘하는 분야가 있고 부족한 분야가 있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부족한 분야에 있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에게 배우면 그뿐이다.

  오늘도 이렇게 하나를 더 배운다. 지인들로 인해 오늘도 지혜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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