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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05. 2022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신다면


결혼하고 뭐든지 잘 먹어주는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은 

오징어채, 멸치볶음처럼 

딱딱한 식감이 있는 음식이다. 


큰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얼큰한 김치찌개, 매콤한 콩나물국이다.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문어나 오징어, 초밥 같은 해산물이나 

고기류, 과일류, 빵 같은 디저트류…

웬만한 음식은 다 좋아하고 먹고 싶은 게 참 많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생각해 보니 결혼 전에

제대로 된 식사는 회사에서 점심 한 끼 정도였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출근을 하는 날이 많아서

그런 날엔 엄마가 김에 밥을 싸서

출근하는 현관 앞에 쫓아 나와 

몇 개씩 먹여주곤 했고

약속이 없는 날엔 저녁식사는 거의 하지 않았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나니

그나마 허기를 때우기 위해 간간이 먹었던

라면이나 빵 종류의 밀가루 음식들을 덜먹게 되고

그나마 좋아했던 매운 음식을 

의도적으로 줄이게 됐다.


출산을 하고 모유 수유를 하며

주방에서 고춧가루가 사라졌고

어린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10년 넘게 간장 양념 위주의 음식들을 

만들게 되면서

이젠 많이 매운 음식은 잘 먹지 못한다.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나니 

내가 배고프지 않아도,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없어도

가족의 삼시 세끼를 위해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식사를 준비한다.


이제는 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지금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졌다. 


오늘 아침 글을 쓰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해 보니

결혼 전 엄마가 담가주던 

아삭아삭 씹히는 오이소박이,

엄마가 바삭하게 만들어 줬던 

매콤한 김치부침개

엄마가 끓여주는 걸쭉한 김치찌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가 해 주시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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