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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ul 30. 2022

올해 팔순인 엄마가 보내온 택배

엄마와 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는 걸까?


  체력만은 자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며칠 전부터 내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왔다.

  나름 낯가리는 성격이라 결심이 서지 않는 자리에서는 좀처럼 나서지 않지만 친해지고 싶은 모임에서는 활발하게 이야기하고, 참여하기로 결정한 모임에서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여름방학 스케줄을 빼곡히 채워서 거의 날마다 데리고 다니곤 했다.

  그런 나를 보고 주위에 친구들과 아가씨들은 체력이 좋다고도 했고 에너지가 넘친다고도 했다.

  그렇게 돌아다니고 집에 오면 지쳐서 쓰러졌는데 하루 종일 내 안에 있는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그런 거겠거니 했다.




  몸의 이상신호를 느끼고 병원에 가서 이것저것 검사를 받았는데 보험이 적용될 정도로 빈혈 수치가 낮고  페리틴 수치(페리틴이란 체내에 철분을 저장하고 있는 단백질로 골수 대식 세포, 비장, 간에 주로 있으며 일부는 혈청에 존재한다)도 정상치에 비해 많이 낮다고 한다.

  만성빈혈이라 항상 이런 컨디션으로 살아서인지 사람들도 다 나처럼 피곤한 줄 알았는데 요즘 내 몸이 보내오는 소리에 마음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엄마와 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는 걸까?

  건강으로 인해 막내딸의 마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걸 나이 많은 노모는 느꼈는지 한마디 말도 없이 택배를 보내왔다.


  올해 팔순인 엄마가 보내온 선물과 편지를 이렇게나마 기록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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