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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Aug 07. 2022

잊고 있던 아빠의 흔적

아빠의 흔적을 보관해 두지 못했던 나를 반성한다

 

  며칠 전 엄마가 직접 만든 마늘 경옥고와 미니 단호박을 택배로 보내주시면서 박스에 넣어준 편지를 글로 기록했는데 그 글이  Daum 홈&쿠킹에 소개되면서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다.(올해 팔순인 엄마가 보내온 택배)

  막내딸이라 엄마의 연세는 많고 비교적 늦게 낳은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신경 써 줄 일이 많다 보니 엄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해 항상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 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고 그냥 흘려 쓰는 엄마의 손 편지도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는데 막상 아빠를 기억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아빠는 글을 즐겨 쓰셨고 여러 매체에서 강의를 자주 하셨다.  

  아빠의 글쓰기는 가난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꾸준히 글을 쓰셨고 몇 권의 책을 출간하셨다.

  결혼하고 난 다음 해인 2007년, 아빠의 책을 시아버님께 건넬 때 난 왠지 부끄러웠다.

  아빠의 책은 베스트셀러도, 스테디셀러도 아니었기에 의미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되돌아보면 내 생각이 얼마나 철이 없었던 걸까?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았어도 딸인 나는 아빠의 꾸준한 글쓰기를,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자랑스러워했어야만 했다. 

  엄마가 되기 전이라 철이 없던 나를, 사춘기 감성으로 아빠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나를, 아빠의 흔적을 보관해 두지 못했던 나를 반성한다. 




  오늘 불현듯 생각나서 교보문고 검색창에 아빠 이름 석자를 썼더니 몇 권의 책이 검색됐다.

 

  품절과 절판으로 출판시장에서는 아빠의 책을 더 이상 만날 수는 없겠지만 내 책꽂이에는 몇 권의 책이 아직 꽂혀있다.

  혹시나 아빠의 특유한 글씨가 쓰여있을까 찾다가 몇 년 전 시부모님의 이사를 도우러 갔다가 슬쩍 가져온 책에서 아빠의 글씨를 찾아냈다.

  그렇게 애틋한 부녀관계는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아빠가 더 생각난다. 

  아니, 자리를 안내하며 어르신들을 만나는 주일이면 한없이 여유롭고 점잖았던 아빠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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