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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12. 2023

글을 쓰며 만난 사람은 언젠가 글로 다시 만난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글을 써야 한다. 못난 글이든 잘난 글이든


  며칠 전 아침, 인스타그램 알림이 울렸다. 누군가가 나를 팔로우했다는 알림이었다. 

  학교에 갈 준비를 하는 둘째 아이를 챙겨주다가 익숙한 닉네임을 보고 바로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그곳엔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책과 강연 백일백장 프로젝트로 만난 4기 동기였다. 

  2022년 1월, 이른 시간에 글을 쓰며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글을 쓰는 시간은 늦어지고 마감시간이 다가오면 초조했다. 

  그런데도 100일 동안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서로의 글을 읽어주고 서로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며 격려해 주는 동기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그들의 글을 읽으며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상상해 보고 나와 다른 생각들로 내 시야가 넓어졌다.




  통통 튀는 그녀의 글에는 가끔 새벽시간에 따라 일어나는 어린 자녀들과 그런 상황에 남편의 싫은 소리까지 감내해야 하는 고충도 담겨있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고 같이 사는 반려인의 이해를 함께 바래보기도 했다. 새벽시간의 자유를 갈망하는 그녀를 응원했다.   

  합평회에서 만난 그녀는 아담한 체구의 그윽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그 목소리로 자신의 글을 낭독하던 당당한 그녀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백일백장을 완주했지만 연구생에 등록하지 않았던 그녀와 나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백일백장 이후 나는 글쓰기에 소원해졌고 어느 순간 그녀도 글쓰기를 멈추면서 블로그로 소통할 기회가 없었다.

  최근 백일백장 4기 동기인 권지명 작가님이 첫 책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을 출간하셨다.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책에 관한 간략한 서평을 남겼다.

  그녀는 권지명 작가님의 책 출간 소식과 그 글의 서평을 쓴 내 글을 읽고 한달음에 달려와 문을 두드렸다.





  글을 쓰며 만난 사람들은 언젠가 글로 다시 만난다. 

  나는 여전히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 꾸준히 글을 쓰는 게 쉽지 않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끊임없이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다. 책 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고 생각한다. 

  그녀도 권지명 작가님의 책 출간 소식을 듣고 다시금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글쓰기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나와 그녀는 그렇게 다시 만났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글을 써야 한다. 못난 글이든 잘난 글이든 뱉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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