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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28. 2023

가끔은 몹시 두렵다

무례하고 상스러운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 엄마가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활달함이랄까 생명력이
실은 무례와 상스러움의
다른 얼굴이었나 싶어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다.

내 사촌 언니 두 명이
한 달 새 나란히 사고로 아이를 잃자,
엄마는 '어쩌다 이런 일이
동시에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라며
'우리 집안 죄받았다 할까 봐 부끄러워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낸다'고 했다.
그것도 상복 입은 사촌 언니 앞에서,
엄마가 늙었나?
그새 분별력과 자제심을 잃었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럼, 아버지도 죄받은 거야?"
돌아오는 길에 엄마에게 되묻자
엄마는 자신이 못 배우고 무식해서
그렇다며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깥은 여름 [가리는 손] _ 김애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연륜이 쌓이고

교양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도 그럭저럭

적당한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때론 누군가의 아픔을

그저 그런 가십거리로 치부해 버리기도 하고

그들의 상처가

누군가를 겁주기 위한 방안이 되기도 한다.

그런 어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 안에서 분노가 치민다.


나에게는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급작스러운 마비와 함께

장애를 갖게 된 조카가 있다.

정신을 잃고 깨어난 중환자실에서,

그 뒤로 몇 달을 머물게 된 병실에서,

혹여라도 친구들에게 해코지 당할까 봐

선택했던 대안학교와

자신이 선택한 대학교 합격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눈물과 기도가 있었나?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갖가지 이유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나에게는 큰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언니가 있다.

수술과 항암, 투병이라는

기나긴 2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표면적으로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은 것 같지만

여전히 우리는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하루를 보낸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하루,

늦은 밤

느닷없이 울리지 않는 전화에 감사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 흔한 가십거리의 하나가 되기도 하고

자신의 처지에 대한

위안이나 안도가 되기도 한다.

 

당사자가 느낄 때, 제삼자가 보기에도

상처가 되는 무례한 말과 행동들을

내가 모르는 사이에 했던 적은 없었는지,

나도 그런 적은 없었는지 두렵다.


무례하고 상스러운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은 몹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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