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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Feb 13. 2023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피지컬 100] 10위였던 장은실팀의 대결을 보고


  우리 집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와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다행히 미디어를 시청하는  취향은 비슷해서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나 체력 경연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편이다.

  최근 우리가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피지컬 100]이라는 프로그램인데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며 상금 3억 원이 걸려있다고 한다.

  본방을 사수하며 미디어를 시청하는 가정이 아니기에 이번 주 주말에 시청하게 됐다.

  [피지컬 100]은 남성과 여성이 같은 상황에서 체력을 겨룬다는 설정에서 성대결 논란이 되고 있다. 나 또한 그런 대결 구도에 대해 의아한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느꼈던 뭉클한 감동을 글로 남기고 싶다.   





  100명으로 시작했던 대결에서 50명이 남겨졌고 그들은 다음 경기에서 5명씩 팀을 이뤄서 대결을 하게 됐다.

  팀을 만들기 위해 50명에게 참가자 명단을 주고 맘에 드는 사람 3명을 체크하라고 한다. 그렇게 선택된 10인의 리더가 정해졌다.

  리더마저도 참가자들이 많이 지목한 순서대로 순위를 매겨 한 명씩 호명했는데 마지막 10위에 레슬링 여자 선수인 장은실 선수가 뽑혔다.

  힘세고 쟁쟁한 남성 참가자 중에 유일하게 여자가 리더로 뽑히자 당사자인 장은실 선수도 놀랐지만 참가자들도 놀란 듯했다.

  모두 예상하듯이 상위권의 리더들을 선택하는 참가자들은 많았고 마지막 10위로 뽑힌 장은실 선수를 선택한 참가자는 단 한 명, 크로스 빗 서하얀 선수 밖에 없었다.

  장은지 선수는 자기를 선택한 서하얀 선수의 응원과 믿음에 고마워했고 나도 그 상황에 감정이 이입이 돼서 울컥 눈물이 났다.

  그들은 자기들을 약체팀으로 단정하고 대결상대로 지목한 상대편과의 대결에서 보란 듯이 승리했다.





  작년 11월 말, 매일절감챌린지(매일 절약가계부와 감사일기쓰기 챌린지)를 모집했다.

  오픈 채팅의 쓰임도 모르고 사람들을 모집하는 것도 처음이고 강의도 처음인데 과연 누가 지원해 줄까?

  아무도 지원하지 않으면 어쩌지? 아니 누군가 지원하면 어쩌지?

  고민만 여러 번 하다가 많은 글들에 파묻혀 버리기를 바라듯 늦은 밤 슬그머니 모집글을 올렸다.


모집글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첫 댓글이 달렸다.



  그랬다. 댓글이 달린 그 순간 내게는 반갑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양가감정이 있었다.

  모집글을 올리고 비공개로 돌려버릴까, 차라리 지워버릴까 고민하던 그 시간에 달아준 그 댓글을 시작으로 12월은 10명, 1월은 12명, 2월인 지금은 21명이 함께 하고 있다.





  처음이라 모집글에 제대로 설명이 안 되어 있던 부분도 있을 것이고 진행하면서 서툰 부분도 있을 텐데 내 글을 읽고, 어쩌면 나를 믿고 응원하며 지원해 준 한 사람의 댓글로 인해 시작할 수 있었다.

  5명의 팀원 중에 3명이 여성 참가자인 장은실 팀은 누가 봐도 불리해 보이는 조건이었지만 모두가 그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

  특히 장은실 선수는 처음 자기를 믿고 리더로 선택해 준 서하얀 선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투지를 불태웠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서툴고 어색하고 너무나 불리해 보이고, 그래서 그만두고 싶은 그런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응원해 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고비를 이겨낼 수 있다.

  우리도 처음 시작하는 누군가의 든든한 힘이 되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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