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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20. 2022

아이의 스마트폰


  언젠가부터 아이의 스마트폰 구입 시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저학년일 때는 다른 엄마들이 사줬다고 해도 고민하지 않았고 아이의 친구들이 핸드폰을 들고 다녀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의 반에 핸드폰이 없는 친구는 줄어들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도 아이의 핸드폰 기재가 필수가 되어 버리고 이제 고학년이 된 아이의 친구들은 카톡방에 나를 초대한다.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주는 시기는 각 가정의 상황과 아이의 성향에 따라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니 누가 이르다 누가 느리다 논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지 아이의 성향에 따라 부모마다 생각하고 있는 시기가 있을 것이고 우리도 아이에 맞춰 너무 이른 나이에는 사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앞으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처럼 될 거라는 유튜브 영상을 봤다. 빠르게 변화하고 그 속도에 맞춰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 흐름 속에서 언제까지나 스마트폰을 사 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늦추고 싶었다.

 



  사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나는, 스마트폰이 없는 친구가 몇 명 없다는 아이의 항변에 마음이 슬쩍 넘어간 적도 있었고, 돈이 없어서 못 사주는 것도 아닌데 괜히 친구들 무리에 끼지 못해서 주눅 들지 않을까라는 염려도 했었고, 스마트폰 활용과 스스로를 통제하는 자제력을 배우기 위해서 이제는 사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갈등을 가끔씩 하곤 했다.

  그런데 웬걸 내 선에서 허락하면 너그럽게 통과될 거라고 생각했던 남편은 나보다 오히려 아이의 스마트폰 구입 시기를 늦췄다.




  아이들이 핸드폰이 없으니 핸드폰으로 인한 감정싸움이 추가되지 않아서 좋았다. 쉴 새 없는 울려대는 카톡을 확인하느라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아서 좋았다. 늦은 시간에도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카카오톡 속 쓸데없는 잡담들과 누군가 왕따시키는 듯한 분위기를 보며 아직 사주지 않은 걸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핸드폰이 없으면 없는 대로 특별히 불편함이 없었지만 스마트폰을 사주기로 결정한 이유에는 여러 선배 엄마들의 의견도 있었고 6학년이 되면서 생활 반경이 더 커진 아이의 상황 때문이었다.

    6학년이 되는 아이는 학교 방송부에 합격했고 전교 임원이 됐다. 담당 선생님관련 공지사항을 아이들의 핸드폰으로 보내주고 학교 과제도 사진으로 찍어서 제출하는 일이 잦아졌다. 교육청에 지원해서 합격한 8개월간의 교육 프로그램과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동아리 등도 지하철과 버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혼자 다녀야 한다.  




  스마트폰이 생기는 즉시 사용 시간을 조절하고, 어떤 앱을 사용하고 있는지, 안 좋은 어른들과 접촉하는 건 아닌지 감시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며 최대한 늦게 사주는 게 좋다고 말하는 선생님과 엄마들도 있었고 어차피 평생 갖고 살아야 하는 스마트폰이라면 통제력을 키울 수 있도록 이제는 사줘야 한다는 엄마들도 있었다.




  결국 남편과 여러 가지 고민 끝에 공부폰을 신청했다. 아는 엄마가 추천해 준 요금제보다 10배 정도 비싸서 고민이 되었지만 우리는 핸드폰 요금을 교육비로 생각하기로 했다. 공부폰은 나름 최신 핸드폰에 전화와 문자, 사진찍는 기본 기능만 제공되고 데이터와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요금제를 이용한다. 지금까지 아이에게 핸드폰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는 이 정도로도 매우 만족스러워한다.

 



  어쩌면 이제서야 허락되는 스마트폰이 아이에게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도 모르고 정말 유용한 도구가 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에 끌려가는 아이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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