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하사색 Jan 15. 2022

남편이 신고 싶어하는 신발

  딸 부잣집에 막내로 태어난 나는 딸들 중에서 인물이 제일 별로였다. 큰언니는 작은 얼굴에 높은 코로 이국적인 외모였고 둘째 언니는 단정한 외모로 어디에 가나 인기가 있었다. 셋째 언니는 흔히들 셋째딸은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말처럼 SBS 방송국에서 기획했던 모녀 프로그램에 엄마와 같이 출연한 적도 있었다. 넷째 언니는 딸들 중에서는 큰 키에 보호본능을 일으킬 정도로 야리야리했다(물론 지금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다들 변했다.)

  그런 언니들 틈에서 못난 오리 같았던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예쁘다는 얘기를 듣기 시작했는데 대학 때 남자 선배들이 내 손가락을 보면 얼굴의 느낌과 다르다며 놀라곤 했다.

  그랬다. 나는 그들이 예쁜 여자를 생각할  연상하게 되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손가락은 아빠를 닮아 몽뚝하고 끝은 동그란 개구리 손가락이다. 남들이 좋게 말하는 손재주가 좋고 일을 잘한다는 손가락이다. 사실 발가락도 손가락보다  귀여운 개구리 발가락이었지만 결혼 전엔 발가락이 나오는 샌들을 신은 적이 없었다. 높다란 하이힐에  콤플렉스인 개구리 발가락을 숨겼다.




  스물 아홉에 만난 남자친구는 길고 가는 손가락을 가지고 있었다. 몽뚝하고 동그란 개구리 손가락이 나의 콤플렉스여서인지 남자친구를 처음 만난 날 유독 길고 가는 손가락에 눈길이 갔다. 1년의 연예 끝에 결혼을 한 후 남편은 나의 동그랗고 귀여운 개구리 발가락에 놀랐고 나는 발가락마저 길고 예쁜 남편의 발가락에 놀랐다. 더군다나 남편의 발은 샌들을 신으면 예쁜 칼발이였다. 나는 발가락마저 길고 예쁜 남편의 칼발이 부러웠는데 남편은 가뜩이나 큰 발에 칼발이라 맞는 신발이 없다고 속상해 했다.

  디자인이 예쁜 운동화나 스니커즈 종류의 신발들은 280사이즈까지 나왔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이즈가 맞고 디자인이 맘에 드는 신발을 주문해도 실제로 신어보고 나면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결국 4번에 걸쳐 반품을 한 적도 있었다.

  300 사이즈의 큰 발을 소유한 남편은 지금도 자기 발사이즈는 295 사이즈라고 우긴다.

  그리고 칼발인 남편은 오늘도 자기 발에 맞는 예쁘고 멋스러운 스니커즈나 로퍼를 구입하고 싶어 한다.

  남편에게 맞는 멋스러운 스니커즈를 사게 된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올 해는 남편이 신고 싶어하는 멋스러운 스니커즈를 찾을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의 스마트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