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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an 27. 2022

빨래를 개키며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은 세탁기를 돌린다.

그날 아침 날씨에 따라

하루에 두, 세 번의 세탁기가 돌아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잠잠하기도 하다.



수건, 흰 빨래, 검은 빨래를 분류해 넣으면서

한 번씩 옷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본다.

아이들의 옷에서는

꼬깃꼬깃해진 젤리 봉지가 나오기도 하고

남편의 바지 주머니에서는

일할 때 사용했던 나사들과 작은 부속품이

나오기도 한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그 전날 가지런히 널어두었던

빨래들을 개키려고 자리에 앉았다.

뽀송뽀송하게 마른 옷가지에서 풍겨오는

햇살 가득한 냄새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하루의 고단함이 씻겨나간

남편의 옷을 개키면서

그의 하루는 어떠했을지 생각해 본다.

아이들의 옷을 개키면서

그 옷을 입고 떠났던 여행이 생각나기도 하고

옷에 얽혀있는 추억들이

그 짧은 시간

내 머릿 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이제는 내가 입어도 될 만큼 커져버린

큰 아이의 옷을 개면서

어느새 이렇게나 많이 자랐구나

갑자기 뭉클해 온다.



빨래를 개키고 정리하는 시간은

깨나 지루하고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만

어질러진 빨래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놓고 보면

신기하게 옷가지의 양도 작게 느껴진다.



일상에서 수시로

옷감의 특성대로 빨래를 분류하고

마른 빨래를 개키고 정리하듯



삶이라는 것도 어쩌면

고단했던 시간들의 흔적지우고

복잡하게 얽혀있던 일들을 풀어가며

소중한 내 일생의 단면들을 정리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해내야 하는 게 아닐까?



일상을 정리하며

주어진 삶에서 감사를 찾는 당신은

오늘도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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