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정을 하는 것도 오래 걸리고
실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시작을 하면 낙오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위에서 그럴듯하게 나를 포장했지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게으르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이유가 없다면
하루 종일 침대에서 늘어지게
누워있을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침대에 누워 늘어져있을 때마다
해야 할 일이 생각나고,
해야만 하는 일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는 끊임없이 쉬고 싶어 하지만
그 시간에도 쉬지 않고 일해주는
내 기억력이 고맙다.
명절 연휴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지 않고 현실에서만 살았다.
친정과 시댁을 오가느라
몸은 분주했지만
복잡하게 생각하던 일들을 내려놓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어제저녁에는
시댁에서 잔다는 아이들을 남겨두고
남편과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은 보고 싶어 하던 영화를 골라
새벽 늦게까지 보고
나는 12시 전에 침대 안으로 들어가서
오늘 정오 12시에 일어나
그제서야 세탁기와 청소기를 돌렸다.
12시간 동안 침대에서 나오지 않고
늦장을 부려본 게 언제인지...
게으른 명절을 보냈으니
내일부터 시작되는 2022년 한 해는
다시 부지런히 살아봐야겠다.
올 한 해는
같은 상황이 와도 너무 날카롭지 않고
느린 나를 재촉하며 초조해하지 않고
흘러가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