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하사색 Feb 01. 2022

가족이라는 둘레

매년 분주하게 맞이했던 명절


아빠는 차남이었지만

조부모님은 줄곧 우리 집에서 모셨다.

부모님 공양에 대한 친척들 간에 의견도 분분했고

시부모님을 모시는 차남 내외의 수고로움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우린 당연하듯 그렇게 함께 살았다. 



조부모님을 모시는 우리 집이

매해 명절마다 북적이는 건 당연했다.

엄마는 명절에 방문할 친척들을 대접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끊임없이 음식을 만드셨고

외손녀 다섯은 

명절 연휴 내내 나눠서 오는 

친척들의 상차림을 도와드리고

끊임없이 쌓이는 설거지를 해대며

그게 당연한 줄 알면서 컸다. 



언니들에게 물려 입은 한복을 곱게 입고 

세배를 하면 

큰언니부터 차례로

5000원, 4000원, 3000원, 2000원

막내인 나는 1000원을 받았다.

오래간만에 오는 자식들과 손주들을 반기시고

가져오는 선물들에 너무나 좋아하셨지만

매일 모시는 며느리의 작은 실수에는

못마땅해 하셨다.



그래도 어린 시절의 나는 

사촌 오빠, 언니들이 오는 명절이 좋았고

엄마의 수고로움으로 

매년 명절마다 세뱃돈을 받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많은 친척들과 가족들로 북적이는 명절이 

내게는 익숙했고

결혼 후 맏며느리로 맞이하는 명절 또한

찾아오는 친척들로 북적였다.

맏이로써 방문해야 할 친척들과

챙겨야 하는 행사들도 많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 않았다. 

긴 명절 연휴 중 하루는 

친정에 가서 언니들도 만나야 했기에

언제나 명절 연휴가 짧게만 느껴졌다. 



나는 매년 분주하게 맞이하는 명절을

당연한 듯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나이가 들면서 

명절마다 특별히 갈 곳이 없어서

평일보다 더 외롭게 보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코로나로 인해 친척들의 왕래도 줄었고

그전보다 조용한 명절을 보내고 있지만

명절이 되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있고

만날 가족들이 있어 감사하다.

그간의 근황이 궁금해서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려고 배려해 주고

기다려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어떤 상황이든 

생각하기에 따라 행복의 기준은 달라진다.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들과 엉키며 

함께 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이런 분주한 상황이 변해서 

명절 연휴에 가족이라는 둘레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주어지더라도

마냥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쉼, 그리고 가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