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탈스런 디자이너, 횟집 안사장이 되다
결혼하고 1년이 지난 서른한 살의 어느 여름, 대학교 졸업 후 줄곧 대기업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던 남편은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했다.
아이도 없는 신혼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할 줄 아는 건 없었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패기로 지금이 기회라며 남편의 선택을 지지해 줬다.
그 해 여름, 남편은 두 달 남짓 아는 분의 횟집을 찾아가 회를 써는 방법과 장사하는 요령을 배워 왔다.
모은 돈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시댁 근처에 있던 시장 길목의 작은 만둣집을 인수해서 간단하게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전어철인 가을에 가게를 오픈하기로 했다. 그 가게는 4인용 테이블 5개가 간신히 들어가던 작은 가게였다.
불확실한 남편의 첫 가게 개업을 결정한 후 고정 수입을 위해 나는 계속 디자인 회사를 다니기로 하고 남편은 주방에서 회를 썰고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해서 장사를 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가게 앞에 작은 수족관을 설치하고 활어차를 구입한 뒤에야 가게 오픈을 서둘렀다.
전어 철인 가을에 오픈한 횟집은 오픈하던 날부터 몇 날 며칠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고 젊은 사장이 아침마다 미사리 수산시장에 활어차를 직접 끌고 가서 사 오는 신선한 횟감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사실이 시장통에 금방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천천히 쉬엄쉬엄 혼자서 장사를 해보겠다는 남편의 생각과는 달리 연일 많은 손님들로 붐볐고 시부모님과 아가씨들도 남편의 가게로 퇴근해서 서빙과 설거지를 도왔고 나도 야근 후에 가게로 출근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결국 가게를 오픈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나는 다니던 디자인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횟집 안사장이 되었다.
우리가 횟집을 개업하던 비슷한 시기에 그 시장 길목에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젊은 사장들이 하나 둘 가게를 오픈했다.
우리 가게 옆에는 그 길목에서 제일 오래 장사를 해 온 대구뽈집이 있었고 우리 가게 맞은편에는 곱창볶음집, 곱창볶음집 왼쪽에는 양념막창집, 곱창볶음집 오른쪽에는 정식 일식집이 있었다.
오픈하고 얼마 동안은 손님을 뺏길까 봐 서로 경계했지만 금방 친해져서 한적한 영업시간이면 서로의 음식을 주문해 먹기도 하고 홀에 방문한 손님들이 상대 가게의 음식을 가게로 포장해 오는 것도 허용해 주게 됐다.
그때는 시장에서 젊은이들이 식당을 하는 일이 흔한 일이 아니어서인지 젊은 사장들의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러 그 시장 길목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았고 어제 우리 가게에 왔던 손님이 건너편 가게에 들어가기도 했고 어느 날은 옆 가게에 들어가기도 했다.
길목 어귀에 서서 오늘은 어디에서 어떤 걸 먹을까 고민하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 손님들이 모두 우리의 단골손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