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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Feb 11. 2022

육아일기를 썼던 이유는

나에게 기록의 의미란 무엇일까?



  큰아이를 임신하면서부터 임신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임신 중에는 내가 즐겨 쓰는 다이어리에 임신 후 변하는 신체 증상에 대해 간단하게 메모를 하기도 하고 태어날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기도 했다. 




  서툰 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와 함께 한 시간들을 기억에 남겨두고 싶어서 아이의 특별한 날에 찍은 사진에 짧은 글들을 기록하고 일 년에 한 권씩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일기책을 만들었다. 

  그만큼 나에게 첫아이는 전부였고 엄마가 된 나의 하루하루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가는 낯선 여정이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 나서는 책을 함께 읽으면서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물어보고 그때의 느낌을 담은 책을 만들기도 했고 아이들마다 일 년에 한 권씩, 두 권의 일기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글씨를 제법 읽기 시작하면서는 자주 자기의 일기장을 꺼내서 이때는 느낌이 어땠었는지 자신의 기억을 느낌을 되새기며 물어보기도 했다.  어쩌면 엄마가 기록해 놓은 일기장을 읽으면서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갓난 아기 때부터 유치원 시절의 기억까지 마치 자기가 기억하는 것처럼 재생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일기장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일기장을 만들기 위해 들인 엄마의 수고를 생각할 만큼 성장했다. 

  엄마가 각자에게 일기장을 따로 만들어주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화를 내며 돌아서도 자신의 방으로 들고 가서 읽고 나오면 금세 마음을 풀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 시작 이후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일기책을 만드는 마음의 여유는 사라져 버렸다.

  아이들에게 만들어 준 일기책은 내 머릿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추억들을 붙잡아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의 기억까지 소환해 주기도 한다. 올해는 코로나를 핑계로 미뤄뒀던 아이들의 2년여의 기록을 다시 일기책으로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나는 온라인 안에서 나의 생각과 나의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다. 

  나에게 기록의 의미란 무엇일까?

  그동안 나에 대해 기록하는 것에는 왜 그렇게 인색했을까? 

  나의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기억해 내는 것에 대해 주저했을까?

  내가 지나온 시간을 더듬어 가는 지금의 시간들은 혹여 미련으로 남아있을지 모를 과거를 정리하고 오늘의 나를 온전히 인정하며 그 안에서 발견한 나의 장점과 단점으로 더 나은 미래의 계획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줄 수 있겠지.

  그래, 그런 마음으로 끝이 어디일지 모르지만 오늘도 작은 용기를 담아 글을 발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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