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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Feb 16. 2022

'엄마가 딸에게'를 들으면


  요즘 우리 가족을 일주일 동안 기다리게 하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9시쯤 방영하고 '싱어게인2-무명가수전'이다. 사실 무명가수라고는 하지만 대중매체에 나오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지지 못했을 뿐이지 그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들도 꽤 많다고 들었다.

  노래를 들으면서 음악이 사람들에게 주는 울림이 참 크다는 생각도 들고 출연자들의 개성 있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 다른 모습으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에 경의롭다는 생각을 한다.




남편과 둘째 아이는 그전에 썼듯이 귀여운 음치이고 나와 첫째 아이의 노래 실력도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우리는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아이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월요일 밤 싱어게인 방송이 끝나고 나면 그날부터 아이들이 싱어게인에 나온 노래를 쉴 새 없이 부르는 통에 사실 나는 머리가 아프다.

  아이들아 미안해~ 하루 종일 함께 있는데 다듬어지지 않은 노래 실력으로 쉴 새 없이 불러대는 너네들의 노래를 듣는 게 쉽지만은 않구나.

 



  노래들을 더 잘 부르고 싶은 마음에서일까? 언제부터인가 큰아이의 핸드폰에서는 하루 종일 싱어게인의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아이들은 학원 줌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에게 이제 그만 듣자고, 이제 그만 부르라고 말하다가도 유독 한 곡만 나오면 눈물이 난다.

  39호였던 양현경님과 64호였던 서기님이 불렀던 '엄마가 딸에게(양희은)'를 들으면 감정에 빠지고 마지막 부분이 나오면 숙연해지면서 어느새 눈물이 흐른다.


내가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걸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넌 나보다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해 주겠니
- 엄마가 딸에게(양희은)


  사실 이 노래는 몇 년 전에 뮤직비디오로 보고 엄마에게도 영상을 보냈었는데 그때도 이 부분을 들을 때 눈물을 흘렀었다.  

  요즘은 싱어게인에서 나온 노래들을 하루 종일 노래를 틀고 있는 아이들 덕에 하루에 3번 정도 듣고 있고 3번 정도 눈물을 흘린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몸이 피곤했지만 아이들이 많이 성장한 지금은 순간순간 아이들과 줄다리기를 하느라 정신이 피곤하다.

  함께 있는 시간아 많아지면서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게 되고 하고 싶지 않은 잔소리도 하게 된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엄마라는 자리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렵고 무겁다.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인걸까?
나는 지금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걸까?


  나는 아직도 아이들을 키우며 실수하며 성장해 가고 있는 초보 엄마인데...

  엄마도 최선을 다해 우리들을 키웠지만 더 많이 해주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겠지.

  나는 우리 엄마보다 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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