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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Feb 23. 2022

아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보이스피싱! 너 참 예의가 없구나.

  아침 일찍 일어난 남편이 내가 차려 준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을 하면 늦잠을 자며 겨울 방학을 온전히 누리는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집 안이 조용하다.

  홀로 있는 것 같이 고요한 이 순간을 몇 분이라도 더 누리고 싶은 욕심에 아이들의 기상 시간을 자꾸만 미루게 된다.

  아이들이 깨어나면 늦은 아침식사를 점심 식사처럼 챙겨주고 여전히 시끌벅적한 하루를 시작하는데 오늘은 마땅히 한 일도 없이 오전이 다 지나가 버렸다.




  일주일만 지나면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겨울방학도 끝이 난다.

  오늘 아침 큰 아이의 6학년 담임선생님이 클래스팅에 가입하라며 문자를 보내주셨다.

  2022년 새 학기에는 과연 대면 수업은 가능할 것이며 나는 번갈아 등교하던 아이들의 점심 식사를 차리는 심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카톡도 안되고 인터넷도 안되는 공부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그리 많은지 큰아이는 학원 숙제를 하면서도 자꾸 핸드폰을 들여다 본다.  

  결국 큰아이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아  노트북 옆에 놓았다.




  그런데 몇 분 후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둘째 아이는 아직 핸드폰도 없고 지금 테니스 수업을 받고 있으니 둘째 아이는 아닐 것이다.

  큰아이는 내 옆에 누워 유유자적(여유가 있어 한가롭고 걱정이 없는 모양) 만화책을 보고 있는데 나를 엄마라고 부르며 반말로 문자를 보낸 너는 누구니?


  

  그리고 우리 집 아이들은 나한테 반말을 하지 않는데 말이야.

  유유자적 옆에서 만화책 보는 우리 아이보다 부지런한 아이는 누군지 궁금해서 답장을 보냈는데 그 뒤로 대꾸가 없다.

  보이스피싱! 너 참 예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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