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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Feb 28. 2022

계획하지 않은 여행이 싫은 이유


  가족들과 정신없는 주말을 지내고 난 월요일, 가족들이 각자 정해진 위치로 떠나고 나면 전업주부에게는 오히려 휴식이 시작된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내 경우는 가족들을 보내고 주말 동안 쌓아놓은 집안일을 하며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이 참 좋다.

  그런데 오늘 남편이 방문하기로 한 사업장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남편의 일정이 취소됐다.

  미리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남편의 업무 특성상 하루 전날이나 당일에 일정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일을 계획하기는 참 어렵다.




  그동안 남편의 일도 바빴고 급작스럽게 변경되는 일정이 많은 편이라 1년 넘게 여행을 못 갔었는데 오늘 오전 일정이 취소되고 내일이 휴일이라 급하게 1박 2일 여행을 가자는 남편의 제안에 준비도 없이 떠나왔다.

  갑자기 정해진 일정이라 숙소를 구할 수가 없어서 속초에 숙박사업을 하는 지인분께 도움을 받아 숙박이 가능한 곳으로 여행 장소가 정해졌다.

  차 안에서 아이들의 학원 일정을 조율하고 급작스럽게 이마트에 들려 오늘 저녁에 먹을 밀키트와 햇반, 내일 오전에 먹을 볶음밥, 사발면, 과일, 다과 종류를 사서 서둘러 출발했다.




  남편은 갑자기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나는 계획된 여행을 좋아한다.   

  남편은 여행을 가는 도중에 숙소와 음식점을 정하는 편이었지만 나는 숙소와 음식점을 미리 정하고 떠나는 여행이 편했다.

  16년을 함께 살며 서로에게 맞춰주며 성향이 많이 변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떠나온 여행은 시작부터 피곤하다.  




  서울에서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열심히 달려 숙소의 체크인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여행 온 지 오래돼서 그런지 최신형으로 관리된 깨끗한 숙소에 아이들도 좋아하고 나도 맘에 들었다.

  인덕션 2구와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포트까지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는데 있어야 할 냄비와 식기 종류가 없다. 전혀 없다.

  알고 보니 건물 전체가 취식과 흡연이 금지되어 있는 숙소였다. 급하게 숙소를 정하다 보니 제일 중요한 걸 물어보지 못했네.  

  아~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인터넷 속도도 엄청 느리다.)

  그래서 나는 계획하지 않은 여행이 싫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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