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하사색 Mar 12. 2022

큰아이의 친구로 시작된 인연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좋은 시간이 되길


  작년 1월, 이사를 하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됐다.

  코로나 상황 중이라 매년 새 학기에 하는 학부모 총회도 줌으로 진행되고 그 흔한 학부모 대면 모임도 없었기에 학교에 대해 물어볼 사람도 없고 아이들 친구들에 대해 알 길도 없었다.

  더더군다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학부모의 학교 출입은 금지된 상태여서 학교가 어떻게 생긴 건지, 아이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그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학부모 위원과 학부모 도서 봉사, 급식도우미, 마을공동체 모임 등 다채롭게 활동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많이 알고 있었고 학교에 관해 궁금한 일은 누구에게나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다.

 



  개학 첫날, 아이들이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 새 학교에 어렵지 않게 적응하기만을 바랬다.

  엄마만의 걱정이었던 건지 작년에 5학년이었던 큰아이는 개학 후 3번의 줌 수업과 2번째 현장 수업을 하던 날 실시했던 학급 회장 선거에서 학급 회장이 되어 돌아왔다.

  학생 건강검진을 위해 큰아이와 동네병원을 갔을 때도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인사를 했고 병원에서 만난 같은 반 남자 친구는 다른 반 친구에게 큰아이를 자기 반 학급회장이라고 소개해 주기도 해서 고마웠던 기억이 있다.




  여름방학이 되기 전인 7월 초, 큰아이의 온라인 수업이 있던 날이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5학년 2학기 전교 부회장 선거에 지원하고 싶은 친구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씀하시는데 망설임 없이 지원하겠다고 하더니 줌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에 가서 지원 서류를 받아왔다.

  큰아이가 받아온 지원서류를 살펴보니 부회장 후보와 친구 1명, 둘이서 당장 다음 주 화요일과 수요일 이틀간만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전학 간 지 4개월 만에, 대면 수업도 많이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부탁할 만한 친구가 생각이 나지 않는지 큰아이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갑자기 학생 건강검진 병원에서 만났던 그 남자아이가 생각나서 큰아이에게 그 친구와 사이는 어떤지 물어봤더니 그냥 특별한 점 없이 잘 지내고 있는 친구라고 한다. 

  큰아이는 그 친구에게 선거운동을 부탁했고 그 친구의 도움을 받아 5학년 2학기 전교 부회장이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둘은 친한 친구가 되어 서로의 집에 번갈아 가며 놀기도 하고 그 친구의 아빠가 놀이동산에 데려가기도 했다.  




  작년 말, 5학년을 마무리하는 학예회를 준비할 때도 둘이서 파워포인트와 포토샵을 사용해 퀴즈 문제를 만들며 함께 하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기 전 실시했던 6학년 1학기 전교회장 선거운동에도 그 친구와 선거운동을 했고 큰아이는 그 친구의 도움으로 6학년 1학기 전교 부회장이 되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서로 비슷한 점을 발견한 건지 다른 반이 된 지금도 여전히 도서관 수업도 함께 가고 서로의 집에 번갈아가며 놀기도 한다.

  며칠 전 그 친구가 놀러 왔을 때 한국사 시험을 같이 공부해서 시험 보는 건 어떤지 물어봤는데 그 아이의 부모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셔서 주 1회 서로의 집에 번갈아 가며 공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잠시 친하게 지내다 학년이 바뀌고 반이 바뀌면 자연히 멀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아이가 비슷한 것을 좋아하고 쉽게 멀어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그 아이가 해 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모님이 우리와 비슷하게 아이들을 양육해오신 것 같고 특히 그 친구의 동생도 둘째 아이와 함께 학교에서 테니스를 배우고 있어서 한 번쯤 가족이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 그 가정을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큰아이의 친구로 시작된 인연이지만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좋은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