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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Oct 14. 2021

아빠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1935년에 태어나신 아빠는 주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시거나 책을 쓰셨다.


  내가 어릴 때 지인과 동업으로 영어학원과 스피치학원을 개원하셨는데 역시 글로 먹고 사는 사람에게 사업은 힘들었던지 오래가지 않아서 폐원하게 됐다고 한다. 


  내가 고등학교 때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땄었는데 아빠의 초고를 컴퓨터로 치고 교정까지 해 드렸던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판형에 맞춰 교정까지 끝낸 원고를 들고 을지로 인쇄골목을 돌아다니며 디자이너에게 표지를 맡기고 직접 책을 출판하셨는데 서점에서 아빠의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걸 보고 신기해 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였을까? 

  디자인과 졸업 후 나는 자연스레 출판사에 입사했고 그 뒤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글들을 교정해 주고 인쇄를 맡기기 위해 을지로 인쇄골목을 돌아다녔다. 


  아빠가 쓴 책들이 유명한 책은 아니었지만 애독자들이 있었는지 돌아가신 후 절판된 책을 구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엄마는 집에 남아 있던 책들을 우편으로 보내드렸다. 


  아빠를 보고 자란 딸들도 주로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직업을 갖고 있다.

  딸들 중에서 아빠를 많이 닮은 둘째언니는 학원과 온라인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언니들이 사회에서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는 동안 나는 전업주부를 선택했고 지금은 블로그와 브런치를 통해 부족하지만 나만의 글을 쓰고 있다. 


  아빠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내가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아빠가 지금까지 살아 계셨다면 블로그에 맘껏 글을 쓰고 크몽에서 전자책을 판매하고 줌으로 강의를 할 수 있다고 좋아하셨을텐데. . .


  을지로 인쇄골목을 누비며 자신의 책을 만들어내던 열정적인 아빠의 모습이 연상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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