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을 위한 시간을 조금씩 더 늘리는 연습
속초에서 하룻밤 머물고 오늘 낮에 정동진에 들려 바닷가를 거닐었다.
계획하지 않고 급하게 떠난 여행이라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많이 언짢았는데 넓은 바다를 보니 기분이 풀렸다.
사실 결혼과 임신까지는 나름대로 계획도 했고 마음의 준비도 했지만 막상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고 보니 예기치 않은 변수들이 많았다.
아이가 태어난 후 미리 공부해놨던 육아서의 설명대로 해 봐도 아기는 쉴 새 없이 울어댔고 아기를 데리고 외출했는데 변이 기저귀를 넘쳐 바지에 묻을 정도가 돼서 난처할 때도 있었고 낮에는 멀쩡했던 아기가 늦은 밤 느닷없이 열이 올라 허둥댈 때도 있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매 순간 사실 내가 계획하고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전개될 때가 많았다.
내 생각과 같다고 착각했던 남편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던 아이들도 이제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삼십 년을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온 남편과 우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 자라왔지만 각자의 취향이 생기기 시작하는 아이들 안에서는 언제나 얼마간의 양보와 배려가 필요했다.
어쩌면 엄마라는 존재는 가정에서 서로의 타협점을 찾아주고 결국은 양보를 하게 되는 위치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대부분의 결정을 아이들 위주로 해오다 보니 이제 와서 새삼 내가 좋아하는 음식, 물건, 취미가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할 때 기분이 좋고 행복한지조차도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 되어버렸다.
남편 또한 자신의 시간을 들여 남편과 아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기에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아내라는 위치에서, 엄마라는 위치에서 아직은 온전히 내 시간으로 쓰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가족에게 할애했던 시간에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조금씩 더 늘리는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