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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Mar 12. 2022

부질없는 미련을 비워내는 연습

내 마음에 들어온 것을 비우는 것은 참 어렵다


  어제 오후, 집으로 새로운 행거가 배송되어 왔다. 1년 전에 구입해서 안방에 놓았던 행거에 내 옷을 주로 걸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차 남편의 옷도 제법 걸리더니 이젠 행거에 옷을 정리한다는 생각보다 처박아 놓는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조금 넓은 행거를 구입해서 남편과 나의 옷을 정리해서 걸어놓고 아랫부분에 남편의 양말이 접혀있는 바구니까지  끼워 맞춰서 들어가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던 공간을 드디어 정리하게 되어 개운했다.




  기존에 쓰던 행거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둘째 아이의 방에 필요할 것 같아 3단 책장을 정리하고 놓기로 했다.

  오늘 오전부터 이 많은 책들 중에 어떤 전집을 정리해야 하나 고민만 하며 선뜻 시작을 못하고 시간만 흘러 오후가 됐다.

  어렸을 적, 우리 집에도 책은 많았지만 그중에는 아빠와 언니들의 책이 많았기 때문인지 내 연령에 맞는 책은 별로 없었다.

  어린 시절 책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어서 아이를 낳고 나서는 육아용품이나 장난감보다 책을 많이 샀고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도 많이 다녔다.

  갖고 싶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참 책 욕심이 많구나.

  아이들이 책을 읽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제 역할도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책들이 더 많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없애고 싶지 않아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때마침 책과강연 이정훈 대표님이 "정리의 힘- 곤도 마리에" 책으로 강연하셨던 내용을 읽게 되었다.  

  사실 2년 전 정리수납을 배우고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을 따던 시기에 읽었던 책이었다.


정리를 할 때는 크게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물건을 버릴지 남길지 결정하는 것’과
‘물건의 자리를 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정리의 힘 - 곤도마리에]


  정리수납을 배운 사람으로서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임을 익히 알고 있다.


당신이 정리를 반복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버리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한 번에, 단기간에, 완벽하게’ 정리한다.
[정리의 힘 - 곤도마리에]


  그때도 [한 번에], [단기간]에 집 정리를 하고 새롭게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여전히 버리는 것을 잘하지 못하고 많은 물건들, 특히 책에 갇혀 있다.

  아마도 그때 [완벽하게]를 빼먹고 정리를 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정리수납자격증을 공부하면서 배웠던 수납방법으로 수납은 잘하고 있지만 아직도 비우기는 힘들다.


설레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버려라.
만졌을 때 설레는가,
핵심은 반드시 그 물건을 만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의 힘 - 곤도마리에]




  어릴 적 시기에 맞는 책을 갖지 못했던 나에 대한 연민 때문에 어떤 책이든 설레었고 여전히 버리고 싶지 않은 나는 어쩌면 약간의 저장강박증일지도 모른다.

  일찍 퇴근한 남편과 함께 책을 정리하며 오늘 정리하기로 계획했던 3단 책장에 있던 책 보다 많은  3×5 크기의 책장에 있던 책을 정리하고 책장도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서 밖에 내놨다.

  내 마음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 건 쉬운데 내 마음에 들어온 것을 비우는 것은 참 어렵다.

  이제는 부질없는 미련을 버리고 물건이든, 사람이든 보내줘야 할 때 선선히 보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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