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하사색 Mar 15. 2022

그래, 잠시 쉬었다 가자

주위에 따뜻한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음이 감사하다


  소리 없이 찾아온 전혀 반갑지 않은 불청객 때문에 어제 오전부터 지금까지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밀접접촉자의 보호자로, 확진자의 보호자로 자발적 자가격리생활이 4번째인데 익숙해지지도 않고 익숙해지고 싶지도 않다.

  지금은 확진자의 보호자지만 내일이면 확진자가 될 수도 있는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사람을 더 불안하게 한다.

  모든 이야기에 코로나 관련 이야기가 빠질  고 시작과 끝에는 코로나가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 즐거웠던 이야기를 풀어내려면 2년 전쯤, 아니 그 전의 기억을 소환해내야 하고 이젠 그나마도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분명히 해야 할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이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고 외딴섬에 고립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맞닥뜨린 상황에 처리해야 할 일들을 급하게 해결하고 나서 주위를 돌아보니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음을 깨달았다.

  2년이란 시간 동안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만들어낸 학교와 학원의 온라인 수업 체계 덕분에 아이들은 별다른 무리 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나 또한 핸드폰과 컴퓨터 한 대만으로도 급한 일을 처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현실에서나 온라인에서나 우리 가족을 걱정해 주는 안부 전화와 안부 문자, 블로그 댓글을 읽으며 주위에 따뜻한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음이 감사하다.

  둘째 아이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픽업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녔는데 일단 그 시간이 없어졌으니 책을 읽을 약간의 여유가 생겼고 읽고 싶어서 구입해 놨던 책들도 있으니 감사하다. 

  지금 내 안에 답답함이 있지만… 그래, 조금만 천천히 가자. 잠시 쉬었다 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30년을 함께 한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