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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Mar 16. 2022

30년을 함께 한 친구

서로의 폭풍 같은 시간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 친구를 처음 만난 곳은 교회였을까? 중학교에서였을까?

  중학교 3학년, 서로의 반은 달랐지만 그 친구가 친했던 친구들이 우리 반 친구였기에 함께 어울리다 어느새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 친하게 지내게 됐다.

  중학교 친구 다섯 명 중에 교회를 다니던 친구는 그 친구와 나 둘뿐이었고 같은 교회를 함께 다니고 있는 언니들의 나이도 같았기에 우리 사이에는 무언가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린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달랐기에 특별히 단짝으로 발전할 만한 공통점은 없었다. 

  학기 말 우리들은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특성화 고등학교에 지원했는데 세 명의 친구는 상업계 특성화 고등학교를, 나와 그 친구는 공업계 특성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무거운 화구박스와 화구 통을 들고 등교하는 학교의 첫 등교는 낯설었지만 같이 입학한 친구가 있었기에 고등학교 생활에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고 새로운 친구들과 친해지며 특별한 추억들을 쌓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서로 다른 대학을 가고 서로 다른 분야로 취업을 했지만 대학에서 만난 서로의 친구를 소개도 해주며 만남이 끊기지 않았다. 

  사실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던 사춘기의 시작점에서 만난 우리들은 서로의 작은 실수에도 감정을 많이 소비하기도 했고 때로는 기억도 안 나는 사소한 일들에 마음이 상하기도 했었다. 

  사춘기를 지나 풋사랑의 시작과 이별,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결혼하기까지 서로의 폭풍 같은 시간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중학교 친구들,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교 친구들에게 특별한 날이 되면 카톡으로 안부를 전하지만 나이가 들고 삶의 영역도 달라지고 관심사도 달라지니 선뜻 만나자고 말하기도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그 친구와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았다.  

  함께 한 시간이 30년이 흘렀지만 그 친구와 나는 여전히 성격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다. 

  나는 아직도 그 친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과 큰 공백 없이 긴 시간을 지내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쩌면 서로의 다름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와 다른 서로의 모습을 고치려고 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고 받아들었기 때문에 오랜 관계가 지속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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