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하사색 Mar 18. 2022

익숙한 것을 벗어날 용기

실패를 해봐야 실패를 다루는 방식을 배우고 두려움을 떨칠 수 있을텐데


  솔직히 말하자면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그 친구는 나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아니 애써 고등학교 때 기억을 되새겨보면 그 친구의 강한 인상과 강한 말투, 지극히 평범했던 나를 압도할 것 같은 덩치로 인해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편견을 가졌다. 그 아이와 나 사이에는 특별히 기억할 만한 사건이 없다. 




  신혼 초에는 시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에 출석하다가 멀리 이사를 가게 되면서 집 근처에 있는 교회에 등록해서 다니게 됐다.

  시댁에 방문하는 토요일에는 시댁에서 자고 시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아이들을 낳은 후에는 주일예배를 아이들과 함께 자모실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는데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가 아니었기에 예배드리는 내내 어색했다. 




  띄엄띄엄 출석하는 교회라 자모실에도 아는 엄마들이 없었는데 어느 날 누군가가 내게 아는 체를 했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그 친구였다.  

  교회에 오래 다녔는지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이끌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아는 체를 하니 일순간 내게 관심이 쏠렸다.

  그 친구도 시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라 결혼 후 이 교회로 출석하고 있다고 말하며 반갑게 인사하는데 그 친구와의 추억을 생각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의 두 아이와 우리 아이들의 나이가 같아서 한참 자주 연락하며 서로의 부부관계와 육아 고민을 공유하고 공감해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그 친구가 외국으로 이민을 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특별히 안정된 직장을 구하고 가는 이민이 아니라 일단 그 곳에서 거처를 마련하고 허드렛일이라도 구해서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갖고 있었던 안정된 것들을 두고 먼 나라로 떠나려는 친구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두 아이들을 데리고 험난한 모험을 하려는 그 친구가 걱정되기도 했다.

  몇 달 뒤 그 친구는 정말 한국을 떠나 먼 나라로 이민을 갔다.




  항상 낯선 것을 찾아 떠나는 것을 동경하지만 차마 익숙한 것을 벗어날 용기가 없다. 

  도전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실패를 해봐야 실패를 다루는 방식을 배우고 두려움을 떨칠 수 있을텐데 나는 너무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 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난다. 이름까지도 선명하게…

매거진의 이전글 행동은 늘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